23일(현지시각)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미국·중국·독일의 제조업 활동이 일제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기대 만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차에 따라 가장 먼저 지표를 발표한 것은 중국이다. HSBC가 집계하는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내렸다. 두달 만에 최저로, 개선이냐 부진이냐를 가리는 기준점인 50을 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미국도 비슷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르키트가 집계하는 4월 PMI는 전달의 54.6에서 52로 하락했다. 작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지지부진한 신규 주문이 6개월 만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작년 미국 경제 위험 요인이 됐던 연방지출 삭감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의외였던 것은 독일이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한 독일의 PMI는 48.8로 급격히 하락했다. 6개월 만에 최저치로 기준점인 50을 밑돈 것이다. 유로존 맏형 격인 독일 경제까지 위협받는 것으로 나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반(反)긴축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전체 PMI는 46.5로 작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줄리안 캘로우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올해가 갈수록 경제 회복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며 "그러나 최근 몇달간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숫자들을 보면 2분기에 세계 경제가 살아날지에 대해 좀 더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주 연례총회를 개최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를 이전의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한 뒤 더욱 강력한 경제 부양책을 주문했다. 특히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오히려 0.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초 0.1% 감소보다 전망이 나빠진 것이다. 희망이 점점 빛을 잃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 성향 이사들까지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다만 이날 발표된 미국과 중국의 PMI 통계는 상대적으로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하는 미국의 4월 제조업 통계는 다음달 1일 발표된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HSBC와 별도로 국가통계국이 다음달 1일 제조업 PMI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