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류업체 랄프 로렌이 아르헨티나 공무원들에게 상습적으로 뇌물을 상납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벌금 18억원을 물게 됐다.

미 연방법원이 1977년 제정한 해외부정거래방지법(FCPA)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해외 정부에 뇌물을 줄 경우 처벌받게 돼있다.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해외 기업(상장기업 포함)에도 해당된다.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랄프 로렌에 160만달러(18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아르헨티나 세관 공무원들에 59만3000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랄프 로렌은 미 법무부와 SEC에 각각 88만2000달러와 73만5000달러를 물게 됐다.

랄프 로렌 아르헨티나 법인은 제품 수입을 잘 봐달라며 현지 공무원 3명에게 1만4000달러어치 자사 브랜드 핸드백과 향수, 의류 등을 선물하거나 세관 측에 현금 등을 뇌물로 제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공무원들은 개당 2만2500달러짜리 랄프 로렌 간판 제품인 리키백을 선물 받기도 했다.

현금 뇌물은 청구서 형식으로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법인 관세 브로커는 2009년 4월 랄프 로렌에 '하역비용 4315달러, 인지세ㆍ상표세 1984달러' 등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받았다.

랄프 로렌은 그 대가로 세관 정밀 검사나 관련 서류 제출 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브로커는 랄프 로렌측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새로운 관세법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주요 일정 연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이 상황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번 사건은 아르헨티나 현지 랄프 로렌 직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랄프 로렌은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내부 회계 감사를 통해 위반 사실을 적발해내고 연방 당국에 법 위반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최근 미 당국이 미국 기업들의 해외 사업 뇌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워터게이트 시대에 제정된 FCPA는 이후 10년 넘게 휴면 상태에 있었지만, 최근에는 워싱턴의 적용 우선 순위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1월 미 정부는 법안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업들이 적용할 수 있는 120장짜리 '리소스 가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월마트는 최근 멕시코 법인의 뇌물 증여 관련해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브라질 법인 대상으로는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정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업들은 이 법안이 해외 사업 진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FCPA가 강제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개인 처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NYT는 "대부분의 해외 뇌물 사건의 처벌은 (랄프 로렌과 같은) 법인에만 적용된다"면서 "이는 결국 해외 사업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일 뿐이란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