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하얀 유니폼에 까만색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바리스타 김희연(23)씨가 직접 만든 커피를 전달하며 또박또박 소개한다. 바리스타(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전문직종) 희연씨는 아메리카노부터 다양한 라테와 방금 갈아낸 과일주스까지 22가지 음료를 만들어 낸다. 손님들은 싹싹하게 음료를 내미는 희연씨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과천 마사회 본사 1층 '나는 카페'에서 만난 김희연씨가 자신이 만든 고구마라테를 들고 환희 웃고 있다.

희연씨는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이다. 일상생활조차 쉽지 않은 발달장애지만 희연씨가 일하는 모습에서는 문제가 없다. 카페 매니저와 함께 오전 8시 20분에 개점해서 점심시간까지 커피 원두를 갈아 음료를 만들고 서빙과 매장 청소까지 모든 일을 처리한다.

특히 출근 시간이면 한꺼번에 10잔 가까이 주문이 밀려들기 일쑤지만 희연씨는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능숙하게 음료를 만들어 낸다. 남다른 모습의 희연씨가 바리스타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희연씨의 어머니 김영옥(54)씨는 "대학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면서 커피를 만들고 성취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라며 "'탱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체력이 좋고, 활발한 성격이라 서비스업이 어울린다고 학교에서도 추천을 해주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 마사회 본사 1층에 개점한 '나는 카페' 4호점의 모습.

하지만 교육을 받는다고 바리스타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도 넘기 어려운 취업의 문을 장애인이 넘기는 더욱 어렵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평균 취업률은 35%이다. 이에 비해 지적장애와 자폐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21%로 낮은 수준이고, 이 중 83%가 단순조립작업에 종사한다.

어머니 김씨는 "발달장애인 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죽으면 아이는 어쩌나'는 것"이라며 "혼자 벌어 먹고살아야 하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과천복지관에서 마사회 본사 '나는 카페(I'm Cafe)'에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구한다는 연락이 왔다. 어머니 김씨는 "우선 정부기관(경기도)과 마사회에서 지원하니 환경이 좋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라고 했다.

현재 한 달이 넘게 근무하는 희연씨는 "노력하면 무엇이든 거뜬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며 "앞으로 훌륭한 바리스타가 돼 나만의 카페를 열고, 나와 비슷한 후배들에게 제 경험을 나눠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나는 카페'는 경기도와 한국마사회가 함께하는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장애청년 일자리 사업의 결과물이다.

'꿈을 잡고(Job Go) 프로젝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 후 취업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개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카페 계산대 앞에는 장애청년 일자리 사업 '나는 카페'를 알리는 홍보엽서가 놓여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부터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해 50여명의 커피 바리스타를 배출했으며. 지난해 11월 안산시 평생학습관 '나는 카페 1호점'을 시작으로 6개월 만에 장애청년 16명을 취업시켜 장애청년의 꿈을 함께 이뤄가고 있다. 더불어 일반인 33명도 매니저 등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김씨와 함께 일하는 매니저 오윤진(29)씨는 "저희 직원들은 어릴 적부터 인사성 등 기본적인 교육이 잘되어 서비스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라며 "일반 매장과 차이가 없는 음료를 마시면서 편견이 사라지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전 근무를 마친 김희연씨와 어머니 김영옥씨가 '나는 카페' 앞에서 함께 환희 웃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에 고양시(능곡점), 시흥시(시흥시청), 수원도립의료원에 발달장애청년을 위한 '나는 카페' 5, 6, 7호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도는 2014년까지 15개의 '나는 카페'를 개설해 100여 명의 발달장애청년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영선 사회복지담당관은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본인에게는 자신감 심어주고 부모에게는 희망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식개선을 통해 장애인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사회통합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