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여성으로 꼽힌다. 구제금융 방안을 비롯해 대부분 자신의 뜻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관철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높이는 '여성 할당제'에 관해서는 소신을 접었다. 메르켈의 뚝심을 꺾은 이는 여성 노동장관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55·사진)이다.

독일 첫 여성 총리인 메르켈은 '여성 할당제'가 능력 없는 여성 임원을 양산해 기업 경쟁력을 깎아 먹고, 주주의 이익과 인사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여당인 기독민주당(CDU) 내에서도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여성과 개혁적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여성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독일 하원은 18일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을 2023년까지 40%로 높이는 법안을 반대 320표, 찬성 277표, 기권 1표로 부결시켰다. 겉으로는 이번에도 메르켈의 승리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메르켈은 이 법안을 부결시키는 대신 2020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타협안을 제시해 당내 반대파를 설득했다.

여성 할당제 도입을 끝까지 주장해 메르켈의 양보를 이끌어 낸 이가 폰데어라이엔 장관이다. 그는 기독민주당 내 20여명 의원을 이끌면서 야당의 '여성 할당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메르켈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