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김재원(46)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KBS 간판 프로 '아침마당'에서 하차한, 지난 5일이다. 그의 하차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아줌마 팬들이 '거품'을 물었다. 솔직한 김재원도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개편 하루 전날까지도 몰랐어요. 오래 살던 동네에서 갑자기 쫓겨난 느낌이랄까요. 아, 섭섭했죠."

매일 아침 말끔히 차려입던 양복 대신 그는 청바지에 갈색 재킷을 걸쳤다. 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이었다. "'아침마당'을 통해 매일 한 권씩 '사람 책'을 읽는 기분이었거든요. 하루 전날 출연자에 대한 공부를 하고,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하루를 보내면서 주인공에게 던질 질문들을 만들었고요."

1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원에게 프리랜서로 독립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 "아직은 월급쟁이가 좋지만 사람 앞일은 모르죠. 하하!"

김재원은 "아나운서나 MC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출연자가 바이올린의 현이라면 진행자는 활이 되어 출연자가 자기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음껏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지요." 실제로 김재원은 위트 있는 질문과 적절한 추임새, 겸손한 진행으로 출연자와 패널, 청중 모두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회 팀장이기도 한 그는 언어 연구에 열정이 높기로도 방송가에 유명하다. 그가 최근 펴낸 '마음 말하기 연습'(푸르메)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언어는 자신의 삶의 색깔을 캔버스에 펼치는 붓입니다. 언어는 자신의 삶의 악보를 연주하는 피아노입니다.' "언어 연습은 생각 연습이고, 그래서 말하기는 얄팍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시작"이라는 게 김재원의 신념이다.

어릴 때부터 '책은 밥'이었다. 국어 선생님 되는 게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회계학을 공부했다. 미국 유학 시절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호하러 한국에 들어왔다가 병실 TV에서 KBS 아나운서 모집 광고를 봤다. 스타 아나운서는 아니었지만 신뢰가 두터운 아나운서였다. 사내에서 통하는 별명이 '복도상담사'였다. "개편 때만 되면 희비가 엇갈리는 동료, 후배들 토닥여주는 게 제 역할이었죠. 이번엔 제 코가 석자라 그럴 겨를이 없었지만요. 하하!"

'아침마당'을 통해 만난 출연자 중에는 팔다리 없는 호주 청년 닉 부이치치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방송이 끝날 무렵 닉 부이치치에게 나를 안아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지요. 그가 흔쾌히 허락했고 자신의 몸통을 둘러싼 저의 양팔 위에 어깨를 턱으로 힘을 줘 눌렀습니다. 눈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들더군요. 마음으로 말하는 법이 무엇인지 그때 알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출연했을 땐 호(好)와 불호(不好)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진행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배려와 균형감이 돋보이는 진행 솜씨는 타고난 것이냐고 묻자, 중1 때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신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어요. 새벽녘 아버지의 도마질 소리를 잊을 수 없지요. 아버지의 튼실했던 계란말이는 정말 질리도록 먹었답니다. 어머니의 빈자리, 아버지의 헌신이 저를 철들게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