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만성화돼 가고 있다. 한·미의 대화 제의도 뿌리친 북한이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이런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본지는 김정은 정권의 속셈에 대한 정확한 진단, 그리고 미·일·중·러 등 국제사회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전략,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심층 분석을 위해 전문가 진단을 시리즈로 기획했다. 첫회에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과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태양절때 주민에게 선물 넉넉히 못줘… 현상황 오래 못끌것
독재자일수록 겁쟁이… 도발할 경우의 자기 운명 잘 알아
北이 주장하는 평화체제는 한국 안보 근본 뒤흔드는 것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 외교부 인권대사 등을 지낸 북한 문제 전문가다. 1980년대 좌파 서적 출판사인 '도서출판 녹두'의 대표를 지내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기도 했지만, 동구 공산국가 붕괴를 보며 인식이 바뀌어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했다.
이번 도발, 단기간에 집중되고 간격 짧은 건 예전과 달라
北, 활 당기고 있지만 팔만 아프지 아무것도 못 얻는 상황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대화 국면 조성될 가능성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육사(24기)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청와대 국방비서관, 국방대 총장 등을 거쳐 육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맡아 '좌편향' 안보 정책을 막기 위한 직언(直言)을 많이 했다. 군 생활 중에도 '중동전쟁' 등 책 여러 권을 냈다.
―작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계속되는 배경은.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김정은 체제가 명성황후가 시해당해도 지키지 못한 대한제국 때보다 더 허약하다'는 말도 들린다. 당과 군부의 권력 갈등 탓일 수도 있다. 또 미국에 '전쟁하지 않으려면 우리와 평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일상적 저항이 이뤄지고 있는데 체제 결속을 위해 도발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양손에 떡을 쥐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핵무기도 보유하고 한국과 국제사회의 원조도 받아내겠다는 생각이다."
◇북 협박 한국에 안 통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긴장을 고조시킨 뒤 중국에 가서 원조를 받아내면서 대화에 나오는 패턴이 있었는데 김정은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희상 "북한의 패턴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김정일이 했던 방식대로 도발 위협을 하는데, 단지 강도만 높인 단계다. 북한이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도발 위협을 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본다. 협박이 남한 사회에 잘 먹히지 않고 국제사회가 등을 돌리다 보니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김영호 "도발이 단기간에 집중되고 도발과 도발의 간격이 짧은 것은 예전과 달라 보인다. 동원되는 도발적 수사도 굉장히 격하다. 북한의 전제주의 체제는 외부의 위협을 가정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이게 더 강해진 것 같다."
◇북, 우리의 대화 제의 고민할 것
―북한이 언제까지 이런 긴장 국면을 조성할 것으로 보나?
김희상 "북한이 보스턴 마라톤 테러 같은 형태의 새로운 도발을 할지, 적절한 수준에서 위협을 그만둘지에 대해 고민할 때가 곧 올 것 같다. 이번 태양절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선물을 넉넉하게 주지 못했다고 하는데, 주민들의 마음을 잡아두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라면 현 국면을 오래 끌고 가기 어렵다."
김영호 "다음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 북한이 계속 활시위를 당기고 있어도 팔만 아프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일단 김정은 정권과 대화를 하겠다고 천명한 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하기 직전, 정부가 대북 대화를 제의한 것은 적절했나.
김희상 "북한 핵은 대화로 폐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과의 모든 대화가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이번에 대화 제의 하는 것을 보면서 남북 관계를 어떤 전략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국제사회도 북한에 지쳐서 동맹국인 중국조차 북한을 외면하려고 하는데, 전략적 인내가 거의 성공하기 전에 대화를 제의해서 우려스럽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경험에서도 배우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한다'는 비스마르크의 말이 떠올랐다."
김영호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도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지도자로 인정받으려면 평양에 앉아서 계속 도발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중국도 방문해야 하고 미국과도 대화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통남(通南) 후 통미(通美)' '통남 후 통중(通中)'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과 대화나 접촉을 하면서도 군사적 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처럼 외눈박이식으로 대화만 하지 말고, 도발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확실한 응징 다짐이 도발 막아
―일각에서는 자꾸만 한반도에 전쟁 날 수 있다고 하는데.
김희상 "독재자일수록 겁쟁이들이다. 도발할 경우 자기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뻔히 아는 상황에서 전면적 도발을 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하면 '전쟁 난다'고 얘기하는데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확실하게 응징하겠다고 하니까 북한이 도발을 못 하는 것이다."
김영호 "북한이 군사적으로 도발하려면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젠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가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텐데, 이런 시점에서 북한이 출구 전략 없이 도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영변의 5MW 원자로가 재가동 중인데 먼저 이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켜야 하지 않나.
김희상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근본적 접근을 해야 한다. 여기에만 주목하면 남북 관계가 북한이 제기하는 어젠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 핵을 항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한반도 자유 통일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호 "북한의 5MW 원자로 재가동이 고농축우라늄 시설 가동의 눈가리개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과거에도 플루토늄에만 신경을 쓰다가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을 개발하는 것을 우리가 막지 못했다."
◇베트남은 평화협정 후 패망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 평화 체제를 거론하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 체제는 한국 안보 태세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다. 북한은 한 번도 한국하고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고 얘기한 적 없다. 미국하고만 하겠다는 것이다. 월남 패망도 결국 1973년 파리 평화협정에서 시작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당시 파리 평화협정은 완벽한 협정이었으나 월남이 망할 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북한이 핵을 먼저 폐기하고 적화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는 상황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김영호 "2005년 9·19 6자 합의 사항을 보면 핵 문제 진행을 봐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고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6자회담을 파기하고 평화 체제만 논의하자는 것은 상당히 모순이다."
―현 상황의 단기적 해법과 장기적 해법은.
김희상 "중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 현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급급한 대책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남북 간 갈등은 늘 있는 것이기에 북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국민의 의지를 모으고 인내하면서 잘 관리하면 북한이 변할 시기가 온다."
김영호 "우리 국민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강 건너 불이 아니고 우리 발등의 불이란 인식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의 인식 격차가 너무 크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크게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