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우 변호사

현직 부장판사가 이달 10일 법정에서 변호사에게 막말을 하고 '감치(監置) 대기' 조치를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아파트 주민 6명이 푸른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제기한 강제경매청구 이의 소송에서 벌어진 일이다. 재판장은 첫 변론 기일에 "결론이 뻔하다"는 발언을 하고 재판을 종결하려 했으며, 다음 기일에는 변호사가 준비 서면에 없는 주장을 구두로 하고 증거를 제출한 점에 대해 구두변론주의가 원칙임을 주장하자 재판장은 변호사에게 감치 대기 명령을 내려 법정 밖으로 쫓아냈다. 이어 변호사를 상대로 감치재판을 하면서 "의뢰인이 불쌍하다"는 막말을 했다.

"의뢰인이 불쌍하다"는 말은 패소판결을 내리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변호사에게 모욕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온화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감정적으로 질책하거나 비아냥거리는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요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감치 명령은 법정에서 폭언·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거나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경우 재판장이 취하는 조치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권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적법하게 펼쳤음에도 재판장이 자신의 생각을 거스른다 하여 감치재판을 한 것은 변호사의 법정 변론을 한낱 방청객의 소란 행위로 취급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판사의 이러한 선입관 표출이나 막말 발언, 부당한 재판권 행사는 법관의 독립과 사법 책임을 혼동하는 데서 나온 것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그 가치는 결코 부인될 수 없다. 그러나 법관은 판결에 이르는 절차나 과정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소송 당사자에게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하며, 공정한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법권 독립과는 다른 법관의 사법 책임이다. 대법원도 1995년 '판사 근무 성적 등 평정 규칙'을 제정하여 근무평정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직무상 준칙을 일탈한 법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변호사와 소송 당사자 등이 행하는 '법관평가제'를 통해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 최근에는 오피스텔 관리인 선임을 둘러싼 사건에 관해 수차례 재판을 열어 각하 판결을 한 서울동부지법의 한 판사가 변호사 개업 후 동일한 당사자 사이에서 일어난 오피스텔 관리업무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수임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판사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하는 행위를 변호사법 31조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재판을 한 사건과 수임을 한 사건의 당사자가 동일하고 오피스텔 관리를 둘러싼 분쟁에서 생긴 사건이라면 동일한 사건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법을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 이 변호사는 개업식에 찾아온 수석부장판사와 찍은 사진을 자기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緣故) 등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변호사법 30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관의 품위 있고 공정한 재판 운영의 정신은 변호사 개업 후에도 유지되어야 하며 판사 재직 시 취급한 사건까지 무분별하게 수임하는 행위는 사법의 정의를 해치고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