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기 부양(浮揚)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17조3000억원으로 정했다. 이와 별도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국민주택기금 등의 사업도 추가로 2조원가량 늘렸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추경 28조4000억원 편성에 이은 둘째로 큰 규모다. 정부가 나름대로 경기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 추경의 경기 부양 효과를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경기 부양 자금 19조원 중 12조원을 세입(歲入) 감소의 구멍을 메우는 데 쓰고 나면 실제 경기 살리기에 들어갈 정부 지출은 7조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정도 동력(動力)으로 경기를 서민들의 기대만큼 되살리긴 쉽지 않을 듯하다. 사실 무작정 추경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 이번 추경으로 올해 재정 적자는 4조7000억원에서 23조4000억원으로 는다. 재정 적자가 늘면 정부가 대선 공약을 지키는 데 필요한 복지 예산 135조원을 짜내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상장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52조원의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재계에 투자를 주문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치권이 경제 민주화를 내세워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의욕이 움츠러들어 투자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집권당에서조차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재벌 규제 정책을 중구난방 쏟아내면 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뒤로 미루며 사태 추이(推移)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경제 회복을 위해 경기 부양을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경기 회복이 늦어지더라도 경제 민주화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들도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나누고, 해야 할 일도 지금 할 일과 뒤로 미뤄도 될 일을 구분해 시행 일정표를 새로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앞을 내다보며 투자 계획을 추진해갈 수 있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강화하더라도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해야 19조 부양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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