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경제가 회복하려면 기업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며 "아무리 추경(追更·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도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기 회복에 대한 해법의 하나로 재계의 투자를 주문했다. "현재 상장기업 기준으로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재계 쪽 반응이다. 드러내 놓지는 않지만 재계는 "일의 선후(先後)가 바뀌었다"는 분위기다. 다른 건 몰라도 투자는 '목 조르듯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는 크게 세 가지 애로를 얘기한다.

①투자할 곳이 없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신성장 산업이 보이지 않고, 과거처럼 대규모 시설투자를 할 만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전자·철강·조선·석유화학 분야 등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자처를 잃어버렸다.

재계는 '정부가 신성장 산업을 포함해서 명확한 투자처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할 때 자체 판단은 50 정도이고 나머지 50은 연구개발 지원, 세액 지원, 규제 철폐 등 정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②글로벌 환경 좋지 않고 내수 전망은 시계 제로(0)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은 공세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중국이 4조위안에 이르는 부양책을 펴면서 중국 특수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두 자릿수 고도성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내수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전망하는 올 경제성장률은 2.3%다. 한국은행도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8%에서 2.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③'정치 불확실성'이란 심리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경의 전방위적인 압박 때문에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돼 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과징금 부과 등의 공세를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조(兆) 단위 국내 투자를 감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총수 입장에서 신경 써야 할 곳이 많아지면서 일단 돈을 비축하고 보자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