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큰 범죄자였다. 그들은 세라믹이나 물감 같은 그 재료만이 갖는 특성, 역사, 정의 같은 전통을 깨고 금기를 뛰어넘었다. 나 역시도 그런 '범죄자'가 되길 꿈꾼다."
거대한 청동 대접(basin) 안에 낡은 대야, 보일러 연통, 장갑 같은 잡동사니가 널려 있었다. 미국 설치미술가 스털링 루비(Ruby·41)의 2011년 작 '빚진 대접 2(Debt Basin 2)'. 작가는 작업실에서 쓰다 버린 물품을 끌어모아 청동으로 캐스팅(주물을 뜨는 것)한 후 작품으로 제시했다. 버려지고 소외된 것들을 '예술품'으로 재생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 루비는 뉴욕타임스가 "이번 세기에 등장한 아주 흥미로운 예술가 중 한 명"이라고 평한 작가. 그의 대형 작품은 최근 경매에서 50만~80만달러에 팔리고 있다. 잡동사니를 재활용하는 작가는 많지만 몽환적 색상, 거대한 부피감, 의외의 재료로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는 것이 루비 작품의 강점.
'빚(debt)'이라는 작품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루비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부채감이다. "폴 매카시 같은 내 앞 세대 작가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사회 참여를 해 왔다. 선배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 온 나는, 항상 그들에게 빚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쓸모없어진 것들'을 다시 태어나게 함으로써 내 나름대로 사회에 빚을 갚으려 한다."
전시에는 작업실 바닥에 깔았던 골판지와 넝마 조각을 이용한 콜라주, 부서지고 금 간 도자기 파편을 조합한 설치 작품, 모네의 '수련'을 그래피티 형식으로 재해석한 스프레이 페인팅 등이 소개된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