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기 위해 그린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유다."

서화첩 한 권에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소설가 김채원(67)은 독일 추상화가 파울 클레의 말을 떠올렸다. 지난 2월 언니(소설가 김지원)를 병으로 잃은 김채원에겐, 그 이별이 두고두고 아팠다. 김채원은 클레의 말을 제목으로 삼고, 벽에 기대 우는 자화상 6점을 그렸다.

화가 이종상은 독도 일출 풍경을 그린 지두화(손가락에 물감을 찍어 그린 그림)와 자신이 그린 5만원권 신사임당 초상을 배경 삼아 찍은 사진을‘프로필’로 내놨다.

문인, 화가, 서예가 등 예술가 89명이 참여한 전시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이 26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 열린다. 화가 26명, 문인 57명 등이 화첩 한 권에 자신의 '프로필'을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 내놨다.

김병종(60) 서울대 미대 교수의 자아상은 '다독가'인 모양. 그는 슥슥 책 그림을 그리고선 "多讀家인 내가 소설 쓰는 女子와 한집 살림을 하다보니 엄청나게 쌓이는 冊이 참으로 난감"이라 썼다.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85)는 영화 '춘희'에서 최은희가 입었던 의상, 1958년 패션쇼에서 우리나라 외교관 부인들을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 등의 스타일화를 내놨다. 문학평론가 김화영(72)은 말라르메와 두보(杜甫)의 시를 병렬시키고, 화가 이종상(75)은 과감한 지두화(指頭畫)로 독도 일출(日出) 장면을 그리기도 했다.

전통적 소재인 서화첩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예술가들의 다양한 면모가 돋보이도록 꾸며낸 이색적인 전시. 입장료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02)379-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