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아직 이륙할 힘이 부족하다. 오히려 주저앉을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해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각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돈을 풀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집계하는 '타이거(TIGER·Tracking Indic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 지수를 공개하면서 "전반적인 성장 지표들을 보면 세계 경제가 2011년 중반 이후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타이거 지수는 주요 20개국(G20) 경제의 경기 회복세를 점검하는 지표로, 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수출입 규모, 주식 시장 등의 금융 지표와 기업·소비자 신뢰 지수를 종합 반영해서 낸다.

◆ 중국 뺀 나머지 국가들, 성장세 지지부진

타이거 지수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제조업 경기가 회복되면서 선진국 가운데 그나마 경제 전망이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물 경기와 소비자 신뢰도는 여전히 '회복됐다'고 말하기에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유로존 역시 경제가 완만하게 나아질 조짐은 보였지만, 재정 위기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아무리 좋게 평가해도 이제 기껏해야 일부 주요 경제 대국들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재정위기국들의 소득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장차 경제 성장을 기대할 근거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일랜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의 '문제아' 국가들은 여전히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역대 평균치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평가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남미 지역마저 '소프트 패치(soft patch)' 현상이 완연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프트 패치란 골프장 페어웨이에서 잔디 상태가 나빠 공을 치기 좋지 않은 부분을 뜻한다. 경제학에서는 경기 회복 국면 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침체 국면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FT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침체돼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경제현상) 위기를 맞아 주춤거리고 있고, 멕시코도 성장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글로벌 경기 부진 우려'…국제회의 주요 안건으로 떠오를 듯

세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는 곧 있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도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8~19일에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19~21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 총회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차례로 열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11일 "세계 경제가 잘 되는 국가, 회복 중인 국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국가로 3원화되면서 새로운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가 작년보다 그리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는 않을 걸로 본다"고 했다.

FT 역시 이번 보고서에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외부 여건이 나빠지면서 신흥국들의 성장 잠재력도 꺾이고 있다"며 "신흥국이 새 경기부양책을 내놓기에도 매우 부적절한 상황"이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