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여론조사팀장

북한의 노동신문은 연초에 "핵시험(핵실험)은 민심의 요구"라며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민심을 읽는 가장 과학적 방법인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언론은 수없이 대통령 지지율을 쏟아내고 있지만, '김정은 국정 수행 지지율'은 들어본 적이 없다. 북한에선 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산인 여론조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실체도 없는 민심을 내세우며 도발 위협을 거듭하는 동안 우리 국민의 대북(對北) 민심이야말로 강경해지고 있다. 한국갤럽과 코리아리서치 등이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2006년 10월과 3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북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27%에서 46%로 높아졌다. '확전(擴戰) 가능성이 있어도 북한의 핵 실험장을 선제 타격하는 것'에 대한 찬성은 21%에서 36%로 상승했다.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 한다'는 견해는 53%에서 67%로 상승했다. 최근 조사에선 '북한이 도발할 경우 10배 이상 응징하는 것'에 대한 찬성이 72%에 달했다.

강경해진 대북 민심은 "경제도 어려운데 왜 협박까지 당하며 살아야 하나"란 짜증과 분노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과거엔 '햇볕 애착 세대'였다가 2010년 11월 북한이 우리 영토를 공격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도발 분노 세대'로 바뀐 20대가 강경론의 구심점이다. 갤럽 조사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호전(好戰)적'이란 비판적 견해가 20대에서 73%로 가장 높았고 30대 64%, 40대 58%, 50대 이상 59% 등이었다.

하지만 대북 강경론 속에서도 대북 낙관론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갤럽 발표에 따르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67%)이란 낙관적 전망이 '도발할 것'(24%)에 비해 훨씬 높았다. 외국에서 보기엔 당장 전쟁이 터질 것 같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평온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낙관론에는 '북한이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전쟁을 일으키겠는가'란 자신감과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각에선 안보 불감증이 원인이란 지적이 있지만, 대북 민심이 강경해지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북한의 '입으로 하는' 위기 조성 전술에 익숙해진 학습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최근 정부의 안보 위기 관리에 대한 국민 여론도 양면(兩面)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3월 말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위기 관리'에 대해 긍정 평가는 58%로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긍정 평가(43%)보다 높았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전엔 여성이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단호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인 안보 리더십은 일단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의 절반 이상(53%)이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준비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지니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도 눈여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