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54·사진) 신임 검찰총장이 일선 검찰청의 사건 처리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정치인·고위 공직자·재벌 총수 등이 관련된 주요 사건에서 총장이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해오던 관행을 과감하게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11일 대검에 따르면 채 총장은 지난 9일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보직 변경 신고식에서 "일선에서 확실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히 구속기소부터 무혐의 처분까지 모든 결정이 가능하다는 식의 보고서를 보내 총장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증거 판단 내지 혐의 유무 판단은 일선과 대검 주무부서가 협의해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장 권한을 대폭 위임하되, 잘못된 사건 처리나 직원 비리에 대해선 기관장을 포함한 지휘 라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강력한 사정 수사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채 총장은 "새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각종 제보와 의혹 제기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철저히 수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놓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권위주의'와 '형식주의' 타파도 주문했다. 그는 "'사건의 실질적 해결'에 역량을 집중해야지 '보고'에 치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이미 대검 간부들에겐 보고 건수를 기존의 3분의 1 이하로, 보고 내용도 2쪽 이내로 줄여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많은 문제가 권위적이고 경직된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며 "청 내에서 상급자들이 부하들을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지도해달라"고도 했다.
채 총장은 지난 4일 취임식에서 일렬로 도열한 부하들로부터 단상 앞에서 한 사람씩 신고를 받아왔던 권위주의적 관행을 깨고, 강당 출입문에서 퇴장하는 직원들을 기다리며 악수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