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18)군은 지난 2011년 12월 학교 급식실에서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상급생을 폭행해 전치 4주의 피해를 입혔다. A군은 이전에도 다른 학생을 여러 차례 때리고, 싸움을 말리는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당시 A군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결정에 따라 퇴학(退學)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군은 아직도 그 학교에 다닌다. 1년 넘도록 징계를 거부하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정부 대책이 쏟아지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폭력 가해(加害) 학생이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학교 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각종 소송을 통해 징계 절차를 최대한 미루고, 학생들을 계속 괴롭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 당국에 따르면 학교 폭력과 관련된 행정심판 청구는 2011년까지는 0건이었다가 지난해 40건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석 달 만에 18건이 접수됐다. 학교 폭력 징계 재심(再審) 신청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는데, 지난해에만 서울시교육청에 73건이 접수됐다. 올해는 석 달 만에 17건 접수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중에는 억울하게 가해 학생으로 몰린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가해 학생들이 소송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징계 집행을 늦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교에서도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 4명이 4개월간 전학을 거부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들은 수개월간 반 친구들에게 "거식증 걸린 X", "돼지 같은 XX" 등의 욕을 하면서 괴롭혔다. 지난해 말 학생 20여명이 피해 진술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는 이들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 중 1명은 지난 3월까지 학교를 다녔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처벌이 부당하다'고 교육청에 재심을 요청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해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가 있다가 소송 결과에 따라 원래 학교로 돌아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학교는 가해 학생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리지만 실제로 강제로 전학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강제 전학 조치는 일반 전학과 마찬가지로 가해 학생 학부모가 학교로부터 학적 서류를 받아 옮겨가는 학교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가해 학생 학부모가 전학을 거부하고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학교가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서울 강서구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 김모(54) 교사는 "일부 학교는 정해진 기간 내에 전학 가지 않으면 결석 처리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학교는 전학 안 가겠다고 버티는 학생을 받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강제 전학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