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꿈을 이룰 권리가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여주인공 매기의 꿈은 프로 복서다. 식당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삶에서 권투에 대한 그녀의 의지와 열망은 단순한 현실의 돌파구가 아니다. 인생 전체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은 냉정하다. "서른한 살에 발레리나가 되려는 여자가 없듯 너 역시 권투선수가 될 수 없어." 그러나 매기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링 위에 올라 가장 정직한 몸으로 싸워 승리하는 것만이 그녀가 이 거대한 세상을 향해 자신의 미미한 존재를 증명할 유일무이한 방법인 것이다.

'밀러언달러 베이비'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힐러리 스웽크 주연, 133분, 미국, 2004년.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체육관 관장 프랭키다. 그는 실패한 복서이자 트레이너이고, 실패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유일한 혈육인 딸은 아버지의 편지조차 거부하고, 그의 곁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에게 인생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가는' 것이다. 그는 지금껏 자신의 제자들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는 시점을 자꾸만 지연시켜 왔다. 당사자들의 반발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새로운 챔피언이 된 바로 그 순간이 권투 인생의 정점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클라이맥스의 환호성 뒤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그 뒤에 남는 것은 필연적인 내리막일 뿐이다. 타이틀 방어전이 챔피언과 도전자 중 누구에게 더 피 말리는 게임일지 생각해보라.

이렇게 극단적인 입장의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가 된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무모한 꿈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가려는 한 사람과 꿈을 이룬다는 아름다운 말 속에 숨겨진 허무와 덧없음에 대해 뼈저리게 알고 있는 또 한 사람이 만나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결국 "자기 자신을 보호하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프랭키는 스스로를 보호하기는커녕 꿈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려는 매기를 이기지 못한다. 간곡한 열망은 어떤 공허보다 전염력이 강하다. 프랭키는 점점 매기의 꿈에 동화되어 가고, 오래전 자취 없이 사라진 줄만 알았던 꿈을 향한 작은 불씨를 되살리려 한다. 마지막 장면, 길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는 프랭키의 뒷모습이 더 가슴 아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