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민주노총 등 쌍용차문제 관련 제(諸)사회단체 대표 2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일 철거된 분향소(농성 천막)를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발언자로 나선 이용길 진보신당 대표는 “대한문은 역사 유적으로서의 대한문이 아니고, 오늘 이 시간엔 죽어간 노동자 24명의 분향소”라며 “중구청은 상갓집을 부순 것이므로, 중구청장은 책임지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횡단보도를 건너온 20대 여성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서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하다가 갑자기 영정(影幀) 모형과 플래카드를 들고 화단 안으로 들어갔다. 중구청이 불법 농성 천막을 철거하고 천막 재설치를 막기 위해 그 자리에 만든 화단이다. 한 시위자가 마이크를 잡고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불법시위 금지 안내) 방송하세요”라며 경찰을 조롱했다. 경찰이 경비 태세를 갖추며 화단에서 나오라고 방송하자, 이들은 “잔디 밟았다고 연행할 건가”라며 구호를 마저 외치고 유유히 화단에서 나왔다. 이처럼 구청이 만든 화단은 시위대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더구나 폭 14.5m 인도(人道) 절반 이상을 화단과 시위대들이 차지해 버렸기 때문에, 시민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라도 열리면 관광객과 시위대, 경찰이 뒤섞여 인근은 금세 혼잡해진다. 철거 이후 이레 동안 대한문 앞에선 하루에도 2~3차례씩 촛불 시위, 미사 등 갖가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오는 12·19·26·30일과 내달 1일 대규모 규탄집회를 여는 등 집회·시위를 계속한다고 선언했고 앞으로도 대한문 앞 시위를 계속한다니 이런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들이 ‘합법’적으로 신고를 하고 시위를 하니 경찰도 막지 못해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지나가는 시민 중에는 “천막이 있었을 때가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도 ‘공권력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바에야 차라리 화단을 치우고 시위대가 그 자리에서 시위하게 하면 그나마 시민들이 지나갈 인도 공간은 더 넓어지고 불편도 덜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답답해서 해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