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대회 '켄터키 더비'로 이름난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은 1980년대에 '파업도시(strike city)'라고들 불렀다. 거대한 여섯 개 공장 건물이 들어선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어플라이언스 파크' 단지를 중심으로 노사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GE는 생산라인을 대부분 해외로 옮겼다. 주차장 길이만 1.6㎞에 이르는 GE 단지의 근로자는 1973년 2만3000명에서 2011년 1800여명으로 줄었다.
▶'유령도시' 같던 GE 단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GE는 작년 초 중국에 있던 온수기 생산라인을 이곳으로 옮긴 데 이어 냉장고·식기세척기·세탁기 해외 생산라인을 잇달아 끌어오고 있다. 중국 임금이 치솟고 기름값 따라 물류비가 뛴 탓에 해외 생산의 장점이 줄었기 때문이다. 노조가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면서 노사 관계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노조가 생산성 높이기에 앞장선 덕분에 GE는 온수기 값을 중국 생산 때보다 20% 낮출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국내 생산량이 10만~20만대 줄어들 것으로 보고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E가 해외로 내보냈던 생산 라인을 다시 국내로 되돌리는 것과는 반대다. 현대차의 해외 생산 확대는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차질을 메우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3월부터 토·일요일 작업을 못 하고 있어 목표보다 3만4000여대를 덜 만들었다. 3월 수출량도 작년보다 28%나 줄었다.
▶발단은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서 밤샘 근무가 없어진 데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근로자 건강을 지키겠다며 주간 2교대 근무를 요구해 관철하고는 주말 밤샘 근무만은 예전처럼 하겠다고 했다. 주말 특근 수당에 심야 수당까지 합쳐 통상 임금의 3.5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명분에서 밀려 밤샘 근무는 하지 않기로 물러섰지만 주말 임금을 철야한 것과 똑같이 달라며 주말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자동차 한 대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국내 공장은 31.3시간,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14.6시간이다. 회사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는 노조를 달래느라 이것저것 다 내주다 보니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굳어버린 탓이다. 그 바람에 지난 10년 현대차 국내 공장 일자리는 제자리인 반면 해외 공장 일자리는 2만개 넘게 늘어났다. 생산량도 국내 190만대, 해외 250만대로 해외가 훨씬 많다. 이런 추세라면 현대차가 지금 국내 일자리라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