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2월 9일은 우리 역사에서 의미 있는 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그날 제23회 평창 동계(冬季)올림픽이 막을 올린다. 많은 사람이 평창 동계올림픽도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이나 2002년 한·일 축구월드컵처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주는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수(三修) 끝에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유치에 성공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유치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유치 활동에 주연(主演)이나 조연(助演)으로 얼굴을 비친 관계자 200여명이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성공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훈장 잔치'부터 벌이는 건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는 '국가적 경사(慶事)'라고 들썩이던 사회 분위기에 눌려 잦아들고 말았다.
대회 유치에 성공한 직후 정부는 물론 대한체육회, 해당 지자체와 경기 단체들은 저마다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경제 유발 효과가 6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 터라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의 향연(饗宴)'이 차고 넘쳤다.
하지만 더반의 감동 드라마가 막을 내린 지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대한컬링연맹은 '한국 여자 컬링 소치올림픽 출전 확정' 소식을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알렸다. 새 회장을 뽑은 지 두 달이 넘었는데 실무를 챙겨야 할 사무국장 자리는 공석(空席)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2월 주니어 월드컵 파이널 대회 출전 자격 조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까닭에 이탈리아까지 날아간 선수들이 정작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망신을 당했다.
대한스키협회는 3개월째 회장이 없는 '사고(事故) 단체' 신세다. 지난 1월 전임 회장이 물러난 뒤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이 "50억원을 스키 발전을 위해 내놓겠다"며 나섰지만, 일부 반대파의 거센 반발로 대의원 총회가 무산됐다. 뜻 있는 스키인들이 "일부 대의원이 자리싸움에만 골몰해 협회 행정을 파행으로 몰고 있다"며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는 사이 스키 유망주들은 대회 출전과 훈련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지 못해 실업팀에서 더부살이까지 해야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행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조직위는 다음 달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 엠블럼 공개 행사 일정을 휴일인 토요일로 잡았다가 뒤늦게 금요일로 변경했다. "스노보드와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원도 횡성과 원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역 갈등으로 경기장 건설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힘을 쏟아야 할 프로젝트다. 강원도 재정(財政)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알펜시아 사업을 정상화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 번 만에 얻은 찬스를 살리지 못해 강원도 재정이 파탄 나게 되면 나라 살림마저 휘청거릴 수도 있다. 그런 불행을 막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직접 챙겨야 한다. 마스터 플랜을 세우고 점검하는 컨트롤 타워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일 하루 전인 2018년 2월 24일까지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게 좋다'는 세상 이치(理致)는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