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하는데 카카오톡이 계속 울렸습니다. 이혼한 모 배우의 사생활에 얽힌 뒷얘기를 담은 장문이었습니다. 잠시 뒤 또 다른 카카오톡 대화창에도 똑같은 글이 떴습니다. 둘 다 딸아이 학부모 모임 멤버, 소위 '아줌마' 부대였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는지, 빠르고 상세한 '카더라' 정보에 저는 늘 감탄합니다. 카카오톡이 있으니 정보의 보급 주기도 매우 빨라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 아줌마 부대와 함께 차를 마시며 온갖 재미있는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 집 근처 병원에서 세금계산서를 **로터리클럽으로 끊더라. 부자들이 더한 것 같다" "북한 때문에 전쟁 날까 봐 금을 사두는 사람이 많다" "여름방학 전후로 아이 영어 공부를 위해서 3개월 동안 미국에 갈 생각인데, 영어 학원에서 '3개월 외국에서 실컷 놀다 오면 지금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등등. 이러한 정보는 제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취재원에게서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종류입니다. 싱싱한, 날것 그대로인 진짜 세상 소식이지요.
사실 요즘 인터넷에는 비슷비슷한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네이버 포털사이트의 기사에 한번 낚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예인 가십을 몇 건씩 읽게 됩니다.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기사가 많은지…. 기자라는 직업 정의를 '정보 가공업'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비슷한 기사를 생산하는 인터넷 매체보다 또래 아줌마들만의 카카오톡 공유방이나 페이스북 등이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정보를 제공할 때가 많습니다.
상황이 이래서일까요. '더나은미래'가 상장기업 100대 CEO 설문 조사를 벌여 보니 홍보팀의 업무가 예전보다 훨씬 과중한 것 같았습니다. 언론 매체는 많아지고 상대해야 할 기자도 많아서인지 웬만한 이메일은 거의 읽지도 않는 듯했습니다. 전경련 책자에 나온 기업체 홍보팀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설문 취지를 설명하고 설문지 응답을 받기까지 전화통화 4~5회를 거쳐야 했습니다. '이제 100대 기업 홍보담당자에게 이메일은 외부 이해관계자를 위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전화통화가 쉽지도 않았습니다. 전경련 책자에 없는 IT회사는 회사 홍보팀 전화번호를 알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대표번호뿐이고, 대표전화로 전화해봐도 홍보팀 직원까지 연결은 쉽지 않았고, 기자들을 위해 뿌리는 보도자료에도 홍보팀 직원의 직통번호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홍보팀 직원의 휴대전화만이 아직은 유효한 의사소통 도구인 것 같습니다.
한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대 기업에서 이렇게 이해관계자 소통이 어렵다면, 어떻게 진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걸까' 하고요. 설문 조사를 해보니, 소비자와 접촉이 많거나 사회 트렌드에 민감한 상위 20대 그룹은 홍보팀의 대응이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앞으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사적인 정보유통채널이 더 발달할수록, 기업의 홍보나 마케팅, 위기관리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퍼질지 모르는 정보를 통제하기란 불가능해질 테니까요. 정보의 옥석을 가려야 하고, 이해관계자 소통을 더 많이 해야 하고, 브랜드 평판에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암행어사' 같은 제도가 다시 부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업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갖추고 이해관계자 소통을 위해 일부러 밖으로 나서기 전에, 제 발로 찾아오는 이해관계자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