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 의원이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은 "대기업과 원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최대 10배 이내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도록 한다"는 것. 하지만 이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방안을 내놨다가 정권 출범 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올랐던 사안이었다. 이미 지난해 새누리당 진영 의원(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대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현재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키로 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상황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대기업 횡포 시 최대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건, 새누리당의 아이디어였는데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신 이유가 뭔가요"라고 물었다. 의원은 "아 그게 그랬던가요? 뭐 취지가 좋잖아요. 자세한 건 담당 비서관한테 물어보시는 게…"라고 말했다.
그 의원은 '최대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었고 최근 여야 간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안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듯했다. 담당 비서관은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큰 의미 없다.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했다.
19대 국회에 '하도급 법률'과 '독점 규제 법률' 개정안은 각각 26건과 32건 계류돼있다. 상당수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의원실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취지가 그럴듯하니까 '실적 쌓기'용으로 '묻지마 법률 발의'가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은 1만2220건으로 16대의 1912건보다 6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19대는 4월 초까지 4140여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중 처리된 법안은 625건(14.2%)에 불과하다. '묻지 마 식'으로 발의된 법안이 수천건씩 쌓여 정작 긴요한 법안의 신속한 처리에 장애가 된다면 행정적 낭비이자 나라의 짐만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