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가끔 외모가 아주 출중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소위 눈이 안돌아갈 수가 없는 사람을 만나는데, 같은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이란 보통 흥분과 부러움이 앞설 때가 많다.
하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그러한 일시적인 감정을 넘어 지루한 발걸음 속에서 잠시나마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고맙기도 하다.
누가 뭐라 해도 사람을 알아가는 첫 단계는 '외모'다.
내면이나 진실이 중요하다고 말들을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희소성의 법칙'에 의해 상대방의 내면이나 진실을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처럼.
반면 외모는 흔해빠진 돌이나 나무처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면에 비해 다소 비하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들이 알기 어려운 사람의 내면이나 진실들만으로 가득 찬다면 세상은 아주 머리 아파진다.
때로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또 오래 두고 살필 필요도 없이 그냥 눈으로 보고 잠시잠깐 즐길 것들도 세상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마치 흔해빠졌지만 너무도 중요한 '공기(Air)'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 머리를 식히러 자연 속으로 들어갈 때도 우리는 자연의 의미나 깊은 뜻보다는 멋진 풍경에 취해 삶의 여유를 다시 찾곤 한다.
비교적 장르구분이 뚜렷한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갈수록 스토리나 메시지 같은 내면이 중시되고 있지만 영화의 근본적인 원동력은 단연 '비주얼'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이란 작품을 극장에서 처음 상영했을 때 스크린에서 실제로 기차가 튀어나오는 줄 알고 관객들이 혼비백산했던 일이 고작 100여 년 전이다.
이후 영화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스크린에 구현해 내면서 사랑을 받아왔다. 액션이나 SF영화를 가볍게만 여기면 안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결국 처럼 액션영화를 볼 때는 미리 선입견을 갖는 게 더 낫다.
액션 영화에서 좋은 스토리나 심오한 메시지를 바라는 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찐빵을 찾는 것과 같다고. 그래야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는 액션영화치고는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다.
물론 한국 배우 이병현의 비중이 더욱 커져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액션과 SF의 조화가 눈부시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
단순한 액션영화를 넘어 다양하게 등장하는 최첨단무기들은 마치 <007>시리즈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액션의 미덕은 역시나 현란한 몸놀림에 있다는 점에서 는 여러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현란한 몸놀림은 총격신을 비롯해 검술과 쿵푸, 일본 닌자들의 비술로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절벽 활공 격투신은 단연 압권으로 액션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라는 말이 별로 아깝지 않다.
거기다 1편에서부터 이어져온 인물들 간의 갈등구조는 그들의 싸움에 이유를 제공해 액션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액션영화를 보는 이유? 폼 나잖은가. 다만 2편을 재밌게 보기 위해서는 1편에 대한 예습은 필수다.
마침내 엔딩크레딧이 올라오고 상영관을 빠져나오면 갑자기 급상승한 아드레날린 수치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그것은 흡사 길을 가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보거나 멋진 자연경관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바로 액션이나 SF영화의 존재이유일 테다. 생각할 거리는 별로 없지만 그냥 즐겁다. 살아있네.
3월28일 개봉. 상영시간 1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