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은 지난 2월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북한을 찬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의자는 은행 지점장까지 지낸 55세 중년이었다. 그는 왜 이런 일을 했을까? 법원은 판결문에서 "장기간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 의식을 품었다"고 그를 평가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조모(55)씨는 197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지방은행에 입사했다. 실적이 좋아 마흔살쯤 지점장에 올랐다. 조씨의 누나는 법정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가난한 집에서 자란 동생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잘 풀린 자수성가의 경우"라고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그가 다니던 은행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쳐 중앙의 대형은행에 인수됐다. 조씨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잘려나간 1000여명 중 한 명이었다. 나이 마흔 초반 무렵이었다.

조씨의 변호사는 "퇴직 후 3~4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 자리를 알아봤지만 실패했다"며 "눈을 낮춰 취업하려 해도 '지점장 출신이라 부담스럽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이 되지 않자 조씨는 집에 틀어박혔다. 인터넷상에 올라온 각종 글을 읽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그러던 2000년대 중반 조씨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강성대국 건설 위업의 개척자"라는 북한 찬양 글이었다. 변호사는 "북한이 좋아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가 일에만 매달려 사는 동안 이런 글을 써도 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인터넷 종북(從北) 카페에 가입했다. 처음엔 카페 운영자가 올리는 글을 읽기만 하는 '눈팅' 회원이었다. 그러다 2007년부터 '논객'으로 나섰다. 4곳의 종북 카페에서 게시판에 댓글을 달고, 다른 사람의 글을 스크랩해서 올리거나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썼다. 황당한 내용도 여럿 있다.

"북조선이 우주 전체를 정복한다는 사실을 믿어라." "조선(북한)의 주체 사회주의 과학은 사람이 우주를 정복하고 우주 전체가 사람을 위해 복무하게 개조하는 과학으로 정립돼 있다." "북이 건조한 잠함 한두 척이면 러시아 해군 전력 전체를 다 담당할 수 있다." "김정일은 7천만 전체를 하나로 재결합하는 민족의 지도자." 2011년엔 1월 1일에도 글을 올렸다.

법정에 선 조씨는 "이적 행위를 하려던 것이 아니라 조울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울증이 집안 내력이라는 변론도 있었다. 조씨의 누나는 탄원서에 "원래 집안이 보수적이고 반공정신도 투철한데 동생이 조기퇴직 충격과 병 때문에 실수했다"고 썼다. 북한 찬양은 멀쩡한 정신으로 한 것이 아니라 심신이 미약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종북주의자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에서 글을 탐독하고 댓글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사상학습을 통해 북한의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멀쩡한 정신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형량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