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부근은 법의 지배가 사라진 치외법권 지대였다. 서울 중구청은 이날 오전 5시 50분 이곳에 설치된 불법 농성촌 천막을 10여분 만에 철거했다. 작년 4월 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이곳에 분향소를 차린 이후 1년 만이다. 이후 무법천지가 됐다. 철거에 항의하는 시위대 등 300여명이 몰려들어 거리를 점거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 200여명과 경찰버스 10여대가 출동해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다. 교통 체증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해가 진 뒤 세 차례나 천막 재설치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을 인도로 돌진시키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서울 중구청이 불법 시위 연장을 막기 위해 설치한 화단의 꽃과 나무는 뽑혀 나갔다. 정당한 법 집행에 나선 공권력이 얻어맞는 일은 이날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시위대는 경찰을 상대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이 던진 흙과 돌, 물병 세례를 받았다.

불법 농성천막 자리에 화단 만들어놨더니 화초 다 뽑아내고 점거농성… 4일 오전 서울 중구청의 대한문 옆 불법 천막 농성촌 철거에 시위대가 폭력으로 맞서면서 이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중구청 직원들이 농성촌을 철거한 자리에 화단을 만드는 모습(왼쪽). 하지만 시위대는 오후 꽃과 나무를 뽑아내며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이후 시위대는 원래 천막이 있던 자리에 영정 모양의 피켓을 세우고 밤늦게까지 농성했다. 피켓은 중구청 직원들에 의해 철거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권력이 불법적 사안에 엄중히 대처하는 것을 보여줘야 '농성촌' 같은 장기적 불법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위대는) 법 테두리를 벗어나 자기들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일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서울 중구청장과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을 고발하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시위대와 공권력의 충돌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이날 45명을 연행했다.

서울 중구청의 4일 덕수궁 대한문 부근 불법 농성 천막 철거작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공무원 50명이 단 10분 만에 철거를 마쳤다. 천막 안에 있던 시위꾼 3명이 반항하며 발버둥쳤지만 경찰이 재빨리 에워싸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구청은 시위꾼들이 농성 천막을 다시 치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이 있던 자리에 가로 20m 세로 5m짜리 대형 화단을 만들었다. 화단 조성을 막으려는 시위꾼들은 경찰과 공무원에게 모래와 물을 뿌리고 거세게 저항하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스타케미칼 조합원 차모(44)씨 등이 공용물 훼손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지만 다른 시위꾼들은 화단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4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위대가 농성장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쌍용자동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강제 철거를 한 중구청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다시 분향소를 만들고 사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연 쌍용차지부 상황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중구청과 경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분향소 침탈 현장을 박근혜 정권의 무덤으로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가 되자 시위대는 중구청이 조성한 화단을 밟고 꽃과 나무를 뽑아냈다. 일부 시위꾼은 마이크를 잡고 “다시 농성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해가 지며 시위대는 250~300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대한문 앞 50여m를 점거하고 촛불 집회를 열었다. 오후 7시 50분쯤엔 갑자기 천막을 실은 승합차를 인도로 돌진시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몇몇 시위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천막을 내려 화단이 있는 자리에 재설치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의 충돌이 5분 정도 지속됐고, 시위대는 돌과 흙, 물병을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은 천막을 즉시 뺏어 중구청 공무원에게 넘겼다.

시위대는 오후 8시 50분에 텐트 재설치를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20분 뒤 세 번째로 재설치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중구청은 시위대 요구에 따라 이날 오전 철거해 간 천막을 돌려줬고, 시위대는 되찾은 천막을 원래 자리에 설치하려고 시도했다. 오후 10시 30분엔 중구청 공무원들이 시위대의 플래카드 10여개를 철거하려다가 충돌, 다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 윤모(59)씨는 "이 나라가 언제부터 시위대 마음대로 난리를 칠 수 있는 곳이 됐느냐"며 "경찰이 얻어맞으면서도 대응을 못 하니까 저들이 활개를 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중구청은 지난달 26일과 8일에도 천막을 철거하기로 했다가 시위대의 반발에 부딪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물러섰다. 때문에 "당국이 법을 집행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3일엔 농성촌 화재로 천막 3개 중 2개가 전소(全燒)해 사적(史蹟)인 덕수궁 돌담과 서까래가 그을렸다. 문화재청이 이를 복구하려고 복원 공사 협조 요청을 하자 시위대는 농성촌을 대한문 쪽에 더 가깝게 설치해 놓고는 "문화재청 요청에 협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종두 중구청 건설교통국장은 “인명 사고가 우려돼 특례법에 따라 기습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문 농성장은 작년 4월과 5월 철거된 적이 있지만 시위대는 각각 5일 뒤와 당일 다시 천막을 세웠다. 지난달 26일 철거된 재능교육 천막 농성장도 수차례 철거·재설치를 반복했다. 중구청과 경찰은 “대한문 인근에 상주하면서 시위대의 불법 천막 설치 시도를 계속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