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현 사회부 차장

올해 들어 울산·성남·용인의 복지직 공무원 3명이 '일이 많고 힘들다'며 자살했다. 그들이 남긴 말이 맞는다면, 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복지 정책들을 집행하는 일이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말단인 주민센터(옛 읍·면·동사무소)로 몰리는 '깔때기 현상' 때문이다. 실제 10여개 중앙부처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 급여 서비스는 289개에 이르고, 그 70%인 200여 가지가 지자체에서 다뤄진다.

과연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힘든 일이냐는 일부 반응도 있지만, 지금도 많은 복지직 공무원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소득층이나 홀몸 노인,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상대하며 한 달 내내 주 7일 근무했다거나 밤 12시까지 야근하기 일쑤라는 호소가 줄줄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그들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는 있다. 복지부는 2만3600명인 복지직 공무원을 내년 말까지 2만7000명으로 늘려주겠다고 했고, 지자체들은 행정직 공무원을 복지직으로 전환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충원에 그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부는 복지직 공무원을 충원해줄 뿐 월급은 대주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고스란히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이 되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시스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문제의 뿌리가 해결된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희망케어센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남양주시는 2007년 4월 지역 네 곳에 희망케어센터를 만들고 44명의 민간 사회복지사를 배치했다. 이 희망케어센터는 복지 서비스 수혜자들을 직접 만나 돌봐주는 일을, 주민센터는 복지 행정 업무를 맡는 식으로 일을 나눴다. 희망케어센터의 활동 덕에 만족도가 커진 복지 수혜자들이 주민센터로 문의·항의하는 게 줄어 주민센터 공무원 일 부담은 더욱 줄게 됐다. 작년 4월엔 희망케어센터 등에 복지직 공무원 83명을 전진 배치하고 민간 사회복지사 수도 57명으로 늘렸다. 그 덕에 복지직 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2007년 초 180명이었으나 작년 4월 이후엔 55명으로 크게 줄어들 정도로 업무 부담이 줄게 됐다.

희망케어센터는 '민관이 협력해 복지를 해결한다'는 콘셉트에 따라 민간의 후원금과 재능 기부를 활용한다. 남양주 시민 5300명이 월평균 7400만원을 정기 후원하며, 음식점·병원·안경점·학원 등 815곳이 수익이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이 후원금과 재능 기부가 소외계층에 전달되고 민간 사회복지사 보수로도 쓰인다.

이런 방식의 효율성이 알려지자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이 되기 전인 2008년 이석우 남양주시장을 찾아가 설명을 들었고, 작년 초엔 이명박 대통령이 희망케어센터를 방문했다. 지자체 100여곳도 벤치마킹하러 방문했다고 하니 앞으로 많은 지자체가 남양주 모델을 참고로 해 지역 실정에 맞는 효율적 복지 시스템을 고안하길 바란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복지직 공무원들이 비효율적 시스템 탓에 좌절하게 놔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