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콧대 높은’ 애플이 ‘고압적인’ 중국에 사과한 후 두 나라의 반응이 색다르다. 미국이 애플 때문에 애국심에 상처를 받은 기색인 반면, 중국 내에서는 특유의 민족주의적 환호보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냉소가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애플은 중국에만 유독 짧은 보증기간을 적용한다는 중국 관영 언론과 정부의 질타에 몰린 끝에 지난 2일 팀 쿡 CEO가 직접 나서서 공식 사과했다. 애플이 특정 국가 소비자에게 공식 사과 편지를 보낸 것이 처음이기도 하지만 상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주도권에 도전해오는 중국에 위협을 느끼는 미국은 애플 때문에 중국에 무릎을 꿇는 굴욕을 보였다고 비난한 반면 중국에서는 젊은층 사이에서 정부와 관영 언론을 냉소하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 美 언론들 애플 비난

미국 언론들은 애플이 중국에 사과한 지 이틀이 지난 뒤에도 애플의 처신을 문제 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망 후 혁신적인 아이디어 부족에 시달리던 애플이 이제는 스스로 체면을 구겼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포스트는 바바라 왕이 쓴 책에 소개된 '중국 경영: 5가지 주요한 차이점'을 들어 애플이 5가지 중 3가지를 어겼다고 비판했다. 체면을 구겼고, 중국과 관계를 방치했고, 조화를 깨뜨렸다는 것.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새너제이 머큐리는 3일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 “애플이 중국에 사과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인들은 애플 제품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에 했던 것처럼 미국도 똑같이 대해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애플이 미국 소비자들을 모욕했다”며 “편집자가 아니라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격분했고, 이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中 젊은 층, 정부 행태에 냉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애플의 사과를 장황하게 다루며 성과를 자축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특히 중국 젊은 층이 많이 애용하는 중국판 웨이보에선 외국 기업들만 탓할 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독과점이나 비리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냉소도 퍼졌다.

‘Doov1992’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애플의 사과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관영 언론을 향해 “관영 언론에 부쳐: (애플이 아니라) 중국 관료들의 해외 출장 및 자동차 구입 비용, 부패와 식품 안전관리 등 대중의 관심사에 대해선 언제 보도할 겁니까?”라고 썼고, 소설작가인 한 송은 “CCTV의 아침 뉴스엔 애플의 사과 내용이 도배를 했지만 라사(Lhasa·티베트 수도) 사태에 대한 얘기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적었다. 지난달 29일 티베트에서 발생한 광산 지역 산사태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가리킨 것이다.

미국 보수 성향 언론인 폭스뉴스는 웨이보 대통령이라 불리는 시 스시가 “애플 사과 이후 (웨이보에는) 두가지 그룹이 있다”며 “하나는 애플의 사과를 지지하는 쪽이지만, 대다수는 소비자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국 관영 기업들의 독과점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념하고 있다”고 쓴 것을 인용했다.

◆ "힘세진 中 시장에서의 통과의례"

양국의 여론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기업들에 주는 교훈은 뚜렷하다. 막대한 소비력을 자랑하는 중국 시장의 힘이 점점 커져간다는 사실이다. 애플만 해도 작년 매출의 16%는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지난 2주 동안 관영 매체와 규제 당국에서 집중 포화를 맞은 애플은 공개적으로 뉘우치는 행동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이 사과하면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자국 소비자 권익 보호를 이유로 애플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BMW까지 겨냥했다. 폭스바겐은 이미 38만여대를 리콜했다. 카르푸와 얌브랜드도 이미 이런 과정을 거쳤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 곤욕을 치른 기업들을 가리키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통과 의례가 됐다”고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