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는 2009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당시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남북 간 군 통신선을 모두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 573명이 북한의 '일시적 인질'이 됐다.
◇개성공단도 '살라미'화한 북
이날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出境) 금지' 조치는 우리 인원과 차량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것만 막았다는 점에서 2009년 3월 상황보다는 덜 심각해 보인다. 하지만 이날 조치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서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신호(동국대 김용현 교수)란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북한은 한국 정부와 언론 등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제2, 제3의 카드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2009년 3월 일어난 현대아산 직원 억류 사태처럼 입주 기업 관계자들의 행실 등을 트집 잡아 억류 사태로 몰고 갈 가능성, 출입경 전면 통제로 대량 인질 사태를 연출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남측 책임"이란 논리를 펴며 한국 내 남남(南南) 갈등 유발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거나 대량 인질 사태를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도 국가적으로 기념해야 하는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전까지는 어느 정도 긴장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의 조치는 남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이 합의한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 출입·체류·거주에 관한 규정' 등을 모두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처럼 '막가파'식으로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북이 추구하는 외자 유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자해 행위"라고 했다.
◇대책 없는 정부
일각에선 북한이 휘두르는 '개성공단 인질화' 카드에 맞서 우리도 자위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개성공단 폐쇄는 정부에 남은 최후의 비(非)군사적 대북 제재 조치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정부가 취한 5·24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교역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유지를 통해 한 해 약 870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공단이 닫히면 이 돈을 잃는 것은 물론, 노동자 5만여명과 이들이 먹여살리는 20만~25만 개성 시민의 생계 문제도 막막해진다.
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이 가진 특수성을 감안해 폐쇄 문제는 신중히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폐쇄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개성공단을 닫는다는 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메시지가 된다"며 "한번 닫아버리면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실행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폐쇄를 하려면 우리 국민 수백명을 먼저 빼내야 하는데 북한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겠느냐"고 했다. 개성공단은 인민군 5개 사단에 둘러싸여 있어 전격적인 구출 작전을 감행하기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살라미(salami) 전술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살라미'에서 따온 말로, 협상·갈등 국면에서 한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개는 수법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