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란 사회복지사

나는 9개월 된 아이를 키우며 광주의 한 요양원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다. 남편은 직장이 인천이어서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아이는 광주에서 친정어머니가 봐주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손주를 양육하는 할머니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손주 돌보미 사업'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해 논란이 뜨겁다. 이 사업은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변변찮은 용돈도 못 드려 늘 죄송했던 나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사업의 문제점만 부각된다고 하니 좀 걱정스럽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돌보지도 않으면서 수당만 타가는 '부정 수급'이나 조부모가 없는 가정과의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부정 수급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방문요양기관이나 노인돌보미 기관을 관리할 때 사용하는 RFID(주파수인식기술) 시스템을 이용해 관리할 수 있고, 적발 시 엄정하게 대처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오히려 손주 돌보미 사업을 도입하는 것이 평등 원칙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조부모가 없거나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는 것을 거절한 가정은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을 받고,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겠다는 가정은 손주 돌보미 수당을 받는 것이다. 각 가정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6명이 노인 1명씩을 부양한다고 한다. 10년 뒤인 2023년에는 핵심 생산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2035년에는 핵심생산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다면 출산장려정책과 노인부양정책 모두의 성격을 갖는 '손주 돌보미 수당'이 출산장려정책만의 성격을 갖는 '양육수당'보다 액수가 많아도 그다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직장 여성들이 출산을 하려면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내 주위에도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아이를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또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하면 권고사직을 강요하는 직장이 알게 모르게 아직도 많다고 한다. 정부가 사기업에서 발생하는 이런 불법적 관행을 모두 근절시킬 수 없는 이상, 대안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