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롱 헤롱 술독에 빠졌어. 헤롱 헤롱 대박 정신없어.”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을 패러디한 공군의 ‘레 밀리터리블’에 이어 이번엔 병원 환자들이 ‘레 미민들레블’이라는 영상을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올라온 ‘레 미민들레블’ 영상 역시 첫 장면이 원작처럼 ‘룩 다운(Look Down)’ 노래로 시작한다. 공군이 이 노래에 맞춰 “제설 제설 삽을 들고서” 가사를 외친 것처럼,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헤롱 헤롱 술독에 빠졌어”라고 노래한다.
영상을 만든 곳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민들레병원. 이곳은 알코올 중독·정신질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요양병원이다. 총감독을 맡은 원무주임 박성환씨는 “일반 DSLR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휴대폰으로 노래를 녹음해 공군의 ‘레 밀리터리블’보다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환우들과 한 달 동안 정성스럽게 만든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장발장 환자는 첫 장면에서 ‘룩 다운’노래에 맞춰 “끝이 없어 이 빌어먹을 술”, “어머니 왜 절 버리십니까”라며 괴로워한다. 그러자 다른 환자들은 “헤롱 헤롱 넌 또 여기 왔어”라고 노래한다. 괴로워하는 장발장에게 어머니가 면회를 온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 안된다. 조금 더 힘내라”며 내보내 달라는 장발장을 달랜다.
낙담하고 돌아온 장발장을 다른 병실 환자들이 원작 ‘레 미제라블’의 ‘레드 앤 블랙(Red and Black)’ 노래에 맞춰 위로한다. 이 노래는 원작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발장에게 혁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위로하며 불러준 노래다. 장발장 주변의 환자들은 “괴로울 땐 이렇게 하면 된다”며 “따봉, 전 부쳐 빵 구워. 레알(real), 삼겹살 닭백숙”, “따봉, 아싸 노래방. 레알, 난 이제 블로거”라고 노래한다. 이는 모두 민들레병원 환자들이 병동생활이 지루하거나 울적한 마음이 들 때 하는 취미생활들이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영상이 끝날 때까지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영상 첫 화면에도 실명을 공개하는 대신 성만 공개했다. 모두 자신의 정신 치료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민들레병원 이송(49) 원장은 “보통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도 대부분 기가 죽고 자신감이 없다”며 “동영상을 만들면서 환자들이 기를 펴고, 웃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만들게 됐다. 또 입원 생활을 뒷바라지하는 환자 가족들도 한 번 웃으며 그동안의 노고를 덜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장발장 역의 전씨는 촬영이 끝난 후 박 주임에게 “처음엔 귀찮았고, 부끄러웠다. 여기까지 와서 외부에서도 볼 수 있는 영상을 찍는게 싫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촬영이 기다려지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촬영하는 한 달 동안 사람들과 어울리고 많이 웃을 수 있었는데, 끝나고 나니 아쉽다”고 말했다. 자베르 역의 최씨 역시 2010년 처음 병원에 들어올 땐 농담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이었지만, 촬영 후 다른 환자들과 웃으며 농담할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다고 한다.
동영상을 올린 지 6일이 지난 현재 동영상은 654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추천’ 버튼은 16명이 눌렀다. 박 주임은 “하루 만에 4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공군의 ‘레 밀리터리블’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숫자다. 하지만 동영상을 본 환자 가족들이 ‘잘 돌봐줘서 고맙다’, ‘잘 지내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전해와 마음속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