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문턱을 넘어선 지도 어느덧 2년이 흘렀다. 대학 합격 소식에 한껏 들떴던 재작년 2월, 모교를 비롯해 각종 학생 단체에 이런저런 입시 관련 조언을 건네곤 했다. 입시 터널을 갓 지나왔고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던 터라 한층 생생한 후기를 전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제 이 칼럼을 쓰기 위해 당시 쓴 글을 다시 꺼내 읽었는데 어쩐지 창피해 완독하지 못했다. 장장 9매나 되는 분량이었고 실질적 얘기가 가득했지만 뭔가 지금의 나와는 다른 점도 얼핏 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그때와 사뭇 다른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한다. 공부의 자세·습관·의지가 그것이다.
◇'나' 과신 말고 객관적으로 볼 것
사람들은 늘 자신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긴 무척 어렵다. 공부에 관해선 더더욱 그렇다. 공부의 시작은 '나'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시험 성적과 학습 시간에 관해선 더없이 객관적이어야 한다. '실수로 틀린 건 틀린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점수를 믿지 않는 것,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공부한 시간'을 혼동하는 것 등이 대표적 실수다. '진짜 공부'를 하려면 이런 자기 만족부터 없애야 한다. 지금 당장 자신의 공부 시간부터 점검해보길 바란다. 머릿속 10시간이 실은 30분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안 오른다' '10시간 공부했는데 모의고사 1회 분량밖에 못 풀었다'…. 학생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공부의 효율을 높이려면 자기 자신을 꼼꼼하게 감시할 줄 알아야 한다. 계획 없이 공부 잘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최소한 '오늘 할 공부' 정도는 정해놔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시간 낭비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면밀하게 파악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때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시간대별 계획표 작성하기'다. 스스로 생각할 때 의지가 약하다면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 독해져야
공부를 잘하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집중력 높이기'는 누구나 말하는 공부 비법이지만 제대로 실천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럴 땐 '나만의 상벌' 체제를 도입해보면 어떨까. '30분 만에 20쪽을 외우면 외출하게 해줄게' '1시간 동안 문제집 풀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보겠어' 등의 조건을 스스로 달아 집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얼마 전, 과외 지도 중인 학생이 내게 "하루 10시간은 자야 하는데 매일 잠이 부족해 도저히 숙제를 할 수 없다"며 투덜거렸다. 타고나지 않는 이상 공부가 졸리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만 해도 엄청난 '잠보'다. 고교 시절, 낮잠까지 꼬박꼬박 자면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수업 시간이나 나 자신과 약속한 공부 시간엔 최대한 깨어 있으려 노력했다. 눈 밑에 치약 바르기, 손등 꼬집기, 때리기, 두 뺨에 '펀치' 날리기, 서서 공부하기…. 잠을 깨기 위해 안 해본 시도가 없을 정도였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독해져야 한다. 자신에 대한 질책과 독기는 꿈을 이루는 자양분이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하자.
◇마지막 승부수는 전략과 열정
적지않은 수험생이 자신의 진학 대학과 학과를 가장 마지막 순간에 선택한다. 가장 비전략적인 입시 계획이다. 대학 입시 전략은 고교 입학과 동시에 세워야 한다. 꿈에 대한 비전과 열정도 바로 그 시점에 갖춰야 한다. 내 경우 어린 시절부터 쌓아 온 영어 실력(자격증 획득), 한때 이과계열을 지망했을 정도의 수학 실력(서울시 주최 경시대회 입상), 교내 경제 동아리 활동, 영어토론대회 참가 이력 등 내 꿈과 연관된 활동에 꾸준히 매진해 왔다. 엄청난 연결 고리를 찾을 필요는 없다. 지망 전공에 유용한 경험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열정과 배짱이 있다면 얼마든지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자세는 입시와 관계 없이 자신의 내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에 대한 신뢰, 그리고 올바른 방향 설정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독한 인재'가 될 수 있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문제도 결국 '의지'의 차이일 뿐이란 얘기다. 이 글을 읽은 수험생이라면 오늘부터라도 새로운 의지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