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학생 대상 대학 교육 프로그램 살펴보니…

대학은 더 이상 대학생 전용 교육 기관이 아니다. 맛있는공부는 올 초 '대학 주최 고교생 대상 캠프'를 보도한 적이 있다. 대학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고교생 대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저변엔 일찌감치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는 해당 대학의 계산이 일부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대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대상을 초·중학생으로까지 낮추는 추세다. 다만 (대학 입시까진 시간적 여유가 많은) 해당 연령의 특성상 이 경우 각 대학은 '신입생 유치'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 이행'에 무게중심을 둔다. 최근 눈에 띄는 대학 초·중학생 대상 대학 교육 프로그램의 동향을 짚었다.

① 울산대 WISET사업단 '찾아가는 실험실', ② 한동대 '더불어함께' 캠프, ③ KAIST 영재교육센터 교육 프로그램의 현장 모습.

[trend1]  영재교육

심화 학습 넘어 '창의·융합'에 '인성'까지 가꾼다

2013년 4월 현재 전국 27개 대학이 운영 중인 영재교육원은 대학이 초·중학생 대상 캠프를 구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행해 온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대개 학교장 추천을 거친 후보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학생에 한해 수학·과학 등의 분야를 깊이 있게 가르쳐 왔다. 하지만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최근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교육계에 불어닥친 융합인재교육 열풍을 적극 수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대표적 예가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영재교육센터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의 커리큘럼은 '융합인재 양성'을 향해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교육과정을 개발, 우수한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다양한 범위에 널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류춘렬(36) KAIST 과학영재교육센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KAIST는 △미래 인재 지원 △교원 연수와 캠프 운영 △IP영재기업인 교육 △사이버영재 교육 등 크게 4개 분야에 걸쳐 영재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지적 재산'으로서의 과학기술 활용 방안을 가르치는 IP영재기업인교육 분야는 최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인성 교육에 관심 갖기 시작한 곳도 있다. 동국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불교계열 대학의 특성을 살려 '템플 스테이(temple stay)'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인다. 영재원 재학생이 백담사 만해마을(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을 방문해 △사찰 체험 △명상 △시 낭송 △만해문학박물관 견학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주된 내용.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대학 측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획이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영재교육원 내 창의력 수업도 부쩍 각광 받고 있다. 숭실대학교 아동교육원 영재교육연구소는 '창의력수학교실'이란 명칭 아래 2개 반(7세·초등)을 운영 중이다. 강의는 100% 이 대학 수학과 교수들이 담당하며 통합교육과 체험학습에 기반을 둔 수학 교육을 실시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2일 이곳에 7세 딸을 입학시킨 이정연(가명·39)씨는 "아직 초등학교 입학 전인 아이를 영재교육원에 보내는 게 무리인 건 아닌지 염려했던 게 사실"이라며 "대학 부설 기관은 교수들이 아이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다는 점이 미더웠다"고 말했다.

[trend2] 교육봉사

재학생 재능 기부로 '교육 소외 계층' 어루만지기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수학교육학습센터(센터장 채영도)는 요즘 '1인용 수업'을 시행 중이다. "차상위계층 중학생을 가르치던 중 한 학생이 자신의 불우한 환경을 비관, 비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학교에서 제적 당한 걸 알게 됐어요. 그 학생은 전학을 희망했지만 자신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혼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더군요. 이후 교수와 조교들이 번갈아가며 요일을 정해 주 5일에 걸쳐 해당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설한국〈47〉 성균관대 수학교육학습센터 전임연구원) 성균관대 수학교육학습센터는 원래 성균관대 재학생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하지만 재학생의 '재능 기부' 의지에 힘입어 방학 때마다 차상위계층 초·중·고교생(초등 6년~고교 2년) 30여 명을 대상으로 수학 교실을 개설하고 있다.

교육 소외 지역 청소년을 돕기 위한 대학 주관 교육 프로그램은 이 외에도 많다. 포항공과대학교(이하 '포스텍') '가치배움'도 그 중 하나다. 지난겨울 포스텍 학생지원팀과 한국장학재단이 손잡고 마련한 가치배움에선 포스텍 소재지인 경북 포항 인근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봉사를 진행한다. '선배와의 과학 교실' '과학 콘테스트' '특별 강연' 등이 대표적이다. 12회에 걸쳐 교과서 이론과 실험을 돕는 중학생 대상 '1일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다.

울산대학교는 진학·진로 멘토링 프로그램과 여성 과학도 양성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은 울산시 거주 중고생을 이공계 재학생 전용 실험실로 초청, 다양한 과학 세계를 체험하도록 돕는다. 참가자 중 여학생 비중이 70% 이상인 점도 독특하다. 한동대학교도 지난 2010년부터 '더불어함께'란 이름의 다문화가정 중고생 자녀 대상 교육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더불어함께 운영진은 다문화가정 학생과 학부모를 캠퍼스로 함께 초대해 상담의 장(場)을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운영진 중 한 명인 유근경(24·상담심리학과)씨는 "교육 소외 계층 청소년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대학의 주요 역할 중 하나란 생각에서 더불어함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