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에 새로운 '승리 방정식'이 떴다.
유원상(27)·정현욱(35)·봉중근(33)의 '철벽 계투'다. 셋은 30~31일 SK와 벌인 개막 2연전에서 SK 타자를 꽁꽁 묶었다. 두 경기 모두 7회부터 차례로 나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만 허용했다. 내준 점수는 '0'. LG는 개막 2연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강속구 되찾은 봉중근
봉중근은 작년 악몽(惡夢)의 한 해를 보냈다. 마무리투수로 변신해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다 자기 화를 다스리지 못해 한 해 농사를 망쳤다. 그는 작년 6월 22일 롯데전 9회에서 '블론 세이브(세이브 기회에 등판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는 것)'를 하곤 벤치에서 오른손으로 소화전을 쳐 손등이 부러졌다. 당시 5할 승률을 유지하던 LG는 봉중근이 결장하면서 연패에 빠졌다.
그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구단의 연봉 동결(1억5000만원)에 동의했다. 그러곤 2011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잃었던 강속구를 되찾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루 2~3시간씩 역기와 씨름하면서 팔꿈치 근육을 강화했다. 훈련이 끝난 뒤엔 전성기였던 200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절 동영상을 돌려보면서 투구폼을 가다듬었다.
지난 30일 정규시즌 첫 등판이었던 SK전 9회 말. 봉중근은 첫 번째 공으로 시속 145㎞의 직구를 뿌렸다. 최고 구속은 148㎞였다. 봉중근은 두 경기 2이닝 동안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했다.
◇정현욱의 '나비 효과'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28억6000만원을 들여 FA였던 정현욱을 데려왔다. 일부에선 "부상 경력이 있는 서른다섯 살짜리 선수에게 너무 큰돈을 투자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성적(2승5패3홀드)이 명성에 비해 초라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의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정현욱은 주무기인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로 SK 타자를 요리했다. 그가 1이닝을 책임지면서 '승리조'의 일원인 유원상이 부담을 덜었다. 유원상은 작년 한 경기에 2~3이닝씩을 소화하는 일이 잦았다. 누적된 피로에 팔꿈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유원상은 "뒤에 (정)현욱이형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정현욱의 '우승 경험'은 패배에 익숙했던 LG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다. 2년 연속 통합 우승팀 삼성에서 뛰었던 그는 후배들에게 "경기에 졌다고 주눅이 들고 처져 있으면 달라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LG 김기태 감독은 "정현욱이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11년 만의 '가을 야구' 가능할까
LG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김용수·이상훈이라는 걸출한 '소방수'를 보유했다. 1994년엔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한 김용수(1승2세이브)의 활약으로 우승컵을 들었다. 2002년엔 이상훈(7승2패18세·방어율 1.68)의 선전 덕에 준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2003년 말 이상훈이 SK로 이적한 뒤부턴 매년 불안한 뒷문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LG는 최근 10년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원상·정현욱·봉중근 등 '유·정·봉 트리오'가 올 시즌 LG에 '가을 야구'를 선사할까. SBS ESPN 김재현 해설위원은 "개막 2연전에서 세 명이 보여준 구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며 "LG의 승리조 불펜이 부상 없이 한 시즌 꾸준히 가동된다면 다른 팀들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