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에 실린 '남쪽의 反美집회'…군대 사진으로 전쟁 분위기 띄워 - 북한 노동신문은 11일자 신문에서 한국 내 일부 좌파 단체들의 반미 집회 사진을 싣고‘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의 합동 군사 연습을 규탄하는남조선 인민들’이라고 소개했다(위). 아래는 전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

북한 당국이 연일 미국과 핵전쟁을 하겠다고 위협수위를 올리자 평양 주민 사이에서 "이러다 평양시가 잿더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핵(核)공포증'이 확산하면서 외화 사재기 열풍이 일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북한은 제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자 '제 2의 조선전쟁' '핵 선제 타격' 등 연일 위협을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26일엔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을 발표하면서 미국 본토와 괌,하와이 등 미군기지에 대해 타격하겠다고 주장했다.

31일 이 방송에 따르면 평양의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핵전쟁 위협에 대해) 평양 주민의 반응은 의외로 공포감에 싸여있다"면서 "요즘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계속 핵전쟁한다고 위협하니까, 겁이 나서 못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전쟁이 일어나느냐"고 문의하면서 "평양에서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취급 당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해 잘 아는 북한 외교관과 부유층은 미국과 전쟁하겠다는 군부의 판단에 콧방귀를 낀다"면서 "미국의 무력이 방대하고, 무인기를 동원해 전쟁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뺑급'(부자를 가리키는 말)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고 RFA는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돈이 없는 빈곤한 주민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전쟁하자"는 '호전적 심리'가 살아 있어, 미국과의 전쟁론은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권력을 이용해 부를 쌓은 평양의 고위층과 외국에 있는 친척이 있는 부유층은 "미국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사람들이 피할 사이도 없이 폭격으로 죽을 것"이라고 비웃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와 최신형 스텔스 폭격기 B-2가 평양 하늘에 핵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평양 주민의 핵공포증은 점점 커가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평양 중심가에 5만 달러짜리 아파트에서 산다는 이 주민은 "미국과 전쟁하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저마다 달러와 인민비(인민폐)를 사들이고 있다"면서 "잃을게 없는 사람들은 전쟁하자고 하는데, 오히려 부자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정착해 사는 한 평양 출신 탈북자는 RFA와 인터뷰에서 "6·25전쟁 때 잿더미가 됐던 것을 할아버지(김일성)가 겨우 복구해놓으니 손자(김정은)가 또 폐허로 만들려고 작정한다"며 "북한이 전쟁할 능력이 없으면서도 요즘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에 큰 소리를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김정은이 나이가 젊기 때문에 진짜 전쟁을 감행할지 여부는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