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 '지락(至樂)' 편에 나오는 바닷새 일화는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임금은 궁궐로 날아든 바닷새에게 술과 고기를 권하고 음악을 연주하며 극진히 대접했지만 바닷새는 사흘 만에 죽어버렸다. 상대(바닷새)의 방식이 아니라 나(임금)의 방식으로 상대를 아낀 게 문제였다. 학부모는 종종 대입 수험생 자녀에게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 대하듯' 군다. 아이가 원하는 걸 보지도, 주지도 못한다. 이와 관련, 맛있는공부는 지난달 11일부터 1주일간 2012·2013학년도 명문대 입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수험생 부모의 자격'이란 주제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아래는 그 분석 결과다.

◇가장 도움 되는 건 '격려·칭찬 한마디'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상위권 수험생에게 학부모의 도움은 '필수'였다. "수험 생활 중 부모에게서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100명 중 86명. 반대 답변을 택한 학생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재학생 응답자(50명) 중 96%(48명)는 "수험 기간에 부모가 적정 수준(혹은 그 이상)의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따뜻한 신뢰가 담긴 말 한마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53명은 "심리적 안정에 좋은 격려나 칭찬을 받는 게 유익했다"고 답했다(맛있는공부는 이 결과를 보충하기 위해 설문에 참여하지 않은 명문대생과 별도로 접촉, '날 위로한 부모의 한마디'를 물었다).〈결과는 ① 참조〉 △체력 보충에 필요한 음식이나 약품 제공(28명) △학교·학원 가는 길 교통편 제공(23명) 등의 답변이 각각 뒤를 이었다.

반면, 진로 설정이나 입시 설명회 참가 등 대다수의 수험생 학부모가 '자녀 뒷바라지' 차원에서 애쓰는 활동은 뒤쪽 순위로 밀렸다. '성공적 대입의 요건은 부모 간섭이 아니라 수험생 본인의 자율 의지'라고 생각한 응답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경향은 주관식 문항('수험생 학부모에게 건네는 메시지') 답변 결과〈② 참조〉에서도 확인된다.

◇응시 전형과 성향 따라 답변도 달라져

응답자의 답변을 응시 전형별로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논술고사 등 '시험' 비중이 큰 전형 합격자에겐 학부모가 전해주는 교육 정보가 유명무실했다. "부모가 입학설명회에서 얻어 온 입시 정보가 유용했다"는 응답자 중 정시 전형 출신(총 20명)은 1명뿐이었다. 논술 전형 출신 응답자 20명 중에선 한 명도 없었다.

(교내 활동 내용이 중요한) 입학사정관 전형 출신 응답자 53명 중 "부모의 학원·과외 알선이 도움 됐다"고 답한 이도 전무했다. 반면, 정시 전형 출신 응답자 중 14명에겐 '학원·과외 강사 소개' '학교·학원 통학 시 교통편 제공' 등 학업과 관련된 부모의 도움이 유익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성별 차가 확연한 항목도 있었다. "부모가 학교(학원)를 오갈 때 동행해줘 좋았다"고 밝힌 23명 중 14명은 호신에 민감한 여학생, "보양식 챙겨준 게 고마웠다"는 응답자 28명 중 17명은 활동량이 많은 남학생이었다.

①날 위로한 부모의 이 한마디

―"네가 알아서 하렴"(오경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1년)
부모님은 내가 뭔가 결심했을 때 한 번도 만류하지 않으셨다. 6월까진 모의고사 성적표 보여 달란 말씀도 안 하셨다. '무관심'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내'였다고 생각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널 사랑한다"(김유라 원광대 치의예과 1년)
재수 중 한창 슬럼프에 빠졌을 때 엄마의 이 말을 들으면 '긍정 에너지'가 솟았다. 무엇보다 조급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 좋았다.

―"……"(안재원 한양대 경영학부 2년)
부모님은 내가 고 3 때 잔소리를 하신 적이 없다. 대신 진로 탐색이나 자기 계발과 관련, 좋은 글과 신문 기사가 있으면 말없이 내 책상 위에 올려놓곤 하셨다. 때로는 말보다 글이 더 와 닿는 법이다.

②수험생 학부모에게 건네는 메시지

"공부할 학생은 놔둬도 알아서 한다. 관심도 없는 자녀를 닦달한다고 달라질 건 없다."
"현실적 조언은 필요하지만 자녀가 간절히 원하는 진로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부모가 자녀의 인생 방향까지 정해줄 순 없다.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걸로 충분하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 사실을 일깨워주는 부모가 좋다."
"학원은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맞게 권해야 한다. 학원 너무 믿다 자칫 돈만 낭비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