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레츠' 회원들은 한국은행의 돈이 아니라 마을에서 발행한 돈으로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 팔거나 병원을 가고 아이 돌보미를 이용한다. '두루'라고 불리는 이 화폐는 공동체에서만 통용되는 가상의 돈으로 '다자간 품앗이제도'라고 할 수 있다. 홈페이지(www.tjlets.or.kr)에 올라온 각종 노동(장보기, 정원손질, 컴퓨터수리, 강습 등)이나 물품(책, 된장, 가구 등)을 보고 회원들이 수시로 연락해 교환한다. 판매자는 자신의 계정이 올라가고, 매수자는 내려가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지난해 말 한마음가족봉사단, 성심당 등이 어려운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한밭레츠는 1999년 대덕구 법동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600가구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다. 마을화폐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사례로 미국 등 해외에서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이웃 간 상호 신뢰와 이해, 공동체적 연대의식 등이 필요한 만큼 돈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셈이다.

짝꿍, 작은나무, 모퉁이, 알짬, 또바기, 달팽이…. 대전에는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마을도서관이 많다. 마을도서관은 주민들이 어린이를 위해 거주지 인근에 만든 소규모 사립문고. 대부분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하는 형태이다.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대전에는 한밭레츠와 마을도서관 뿐 아니라 마을가게, 공동육아, 마을병원처럼 지역을 기초로 한 공동체 기구가 다양하게 발전돼 있다. 모두 신뢰, 참여, 협동 등과 같은 소중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대전시는 이러한 공동체사업을 적극 지원키로 하고 지난 20일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300여명이 찾아와 큰 관심을 보였다. '사회적자본'을 적극 확충하기 위한 시책 중 하나이다.

사회적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신뢰, 배려, 나눔, 참여, 소통, 존중, 포용, 협력 등의 가치를 가리킨다. 도로,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처럼 사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에서 사회적자본이라고 부른다.

대전시가 사회적자본에 눈을 돌린 것은 사회간접자본 같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적자본이 중요한 성장기반이라고 본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염홍철 대전시장이 호주 브리즈번 시에 출장갔을 때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대전시 공무원들은 '브리즈번 구상'이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 불신하고 화합하지 못하는 풍조에서 비롯돼요. 사회적자본이 풍부한 사회를 만들면 사회비용이 줄어들고 시민 역량이 높아져 사회가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대전시는 이후 사회적자본 확충을 시의 역점 시책 중 하나로 선정해 적극 추진 중이다. 올 1월 7일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차 회의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바로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 시의 시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신태동 대전시 정책기획관은 "대전시가 추진해온 역점시책이 새정부 국정과제가 됐다는 데서 보듯 우리 사회가 한단계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사회적자본 확충을 위해 여러 시책을 준비했다. 제도마련, 시민중심, 공간창출 등 셋을 기본전략으로 정했다. 구체적인 실천전략으로는 불씨 모으기, 불씨 지피기, 불씨 키우기, 불씨 나누기 등 4가지로 정했다. 불씨 모으기의 경우 사회적자본현황을 발굴해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의 권리와 지원기구 설치 등을 담은 '사회적자본 확충 기본조례'도 제정했다.

불씨 지피기로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개발, 시민배심원제 도입 등 10개 과제가 선정됐다. 불씨 키우기엔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등 6개 과제가 포함됐다. 불씨 나누기로는 재능공유시스템 제도적 기반 마련 등 7개가 추진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올해는 1993년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로 새로운 발전의 길을 여는 도전의 해"라며 "더불어 잘사는 지속가능한 대전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