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진주의료원. 9층짜리 병원 입구에 27일 '폐업 반대'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병원 정문에는 '정상 진료 중'이란 푯말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병원 1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의료원 직원들만 분주했다. 경상남도가 지난달 26일 '방만 경영'을 이유로 이 병원의 폐업을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휴업 예고 통지를 보낸 뒤 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 80개 병실에 325개 병상이 있으나, 입원 환자는 대부분 떠나고 이제 80여명만 남았다.
1910년 개원한 진주의료원이 10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경상남도가 방만 경영과 적자(赤字) 누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전격적으로 폐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작년 당기손실은 65억원이다. 매년 적자가 가중돼 누적 부채도 2006년 말 79억원에서 2011년 252억원, 작년에는 266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3~5년 내 자산(331억원)을 모두 까먹고 빈껍데기만 남아 폐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폐업은 의료원이 자초한 것이라는 게 경남도의 입장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영진단을 하고 원가절감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아무런 자구책도 없었다"고 말했다. 토요일에도 민간 병원처럼 외래환자가 찾는 병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직원들이 근무를 반대해 적자가 더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병원 진료비 수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5.6%에 달한다. 진료를 해서 100원을 벌면 85.6원이 직원 인건비로 나간다는 얘기다. 여기에 아무리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경남도의 판단이다.
진주의료원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은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다. 의료원 경영진의 운영 부실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부분 지방의료원은 모든 직원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성과급 제도를 도입해 자구책을 찾으려고 해도, 노조와 단체협약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런 개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징계위원회도 노조와 동수(同數)로 구성하게 돼 있다. 부장급 간부 채용에도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 인사·징계권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어 아무리 우수한 의료원장이 와도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의료원은 2011년에 직원과 직원 가족, 지역 유력자(지방의원, 지역 기관장) 등에게 준 의료비 감면 혜택이 3억원에 달해 총 적자액의 6.3%나 됐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서도 의료원 5곳의 누적 적자가 총 800억원에 달해 1곳을 매각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기관(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보훈병원·보건소·보건지소)비중이 5.9%로 계속 떨어지는 상태다. 민간 보험 위주인 미국도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20%를 넘는다. 공공의료기관은 저소득층 환자를 돌보고 국가 비상사태 시 긴급 의료기관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 시대를 맞아 어떻게 해서든 공공의료기관을 늘려야 하는데, 공공의료기관들은 예산을 낭비하는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진주의료원 관계자는 "빈곤층(의료급여 대상자)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기 때문에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수익을 올리려면 일반 병원처럼 보험 적용을 안 받는 비급여 치료를 많이 해야 하는데 공공의료기관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