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정부가 경기 부양에 전력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 시도가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정부는 경기부양의 주요 수단으로 '개혁'을 얘기하고 있는데, 개혁 주장은 쉽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난 30년간 경험에서 증명됐다는 것이다.

◆ 아베-구로다 입 모아 부양책 언급…시장 반응

26일(현지시각) 외신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경기 부양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서 "내년 소비세 인상 후 경제가 상황에 따라 새로운 부양책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예산을 더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경제 여건이 악화될 때 재정 지출이 필요한데, 필요하다면 정부는 대담한 재정책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소비세 인상에 앞서 소비가 급증해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편으론 세금 인상 이후 소비 시장이 다시 침체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같은 날 구로다 신임 일은 총재도 부양책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는 아베 총리와 함께한 경제 재정 자문회의에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대담한 금융 완화를 추진해 최대한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방송 TBS가 전했다.

이들의 발언에 따라 이날 일본 증시와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상승했다. 이날 닛케이평균은 전날보다 0.18% 오른 1만2494에 마감했고, 미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0.36% 상승한 94.77엔에 거래됐다.(엔화 가치 하락)

◆ 아베노믹스 마지막 화살 '갸웃'…"30년 전례에서 개혁 성공 사례 없어"

아베 정권은 출범 초기 재정 지출과 금융 완화(양적완화), 성장 전략이라는 세 가지 '화살'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를 떠받치는 정책으로 제시했었다. 일단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과 금융 완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성장 전략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최근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본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마지막 화살인 (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에 대해 의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일본 과거 전례를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26일(현지시각) 30년 전 발간됐었던 경제 개혁 보고서를 사례로 들며 "아베 총리의 부양책으로 경제가 살아나고 국가 경쟁력이 자랄 수 있다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과거 30년간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시도했던 대담한 개혁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의 자문기관이 정부에 제출한 '마에카와(前川) 보고서'가 단적인 예다. 보고서를 만든 전 일본은행장 마에카와 하루오와 연구진들은 정부에 수출 주도형 성장 대신 과감한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를 촉구했었지만, 관료들의 반대와 실행력 부재로 좌초됐다.

비슷한 일은 1993년에도 있었다. 일본 경제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이 정부의 규제 철폐를 주장했었지만, 4개월 후 개혁을 진행하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의 실각으로 힘을 잃고 말았다.

◆ 이번에도 개혁 좌초할까…"서서히 개혁 진행"해야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에서 보듯 이번 정부의 개혁 움직임도 반대파에 부딪혀 좌초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규제 완화 약속의 20년이기도 하다"며 "이 기간 지켜진 것도 많지만, 많은 것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베 행정부의 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안넨 준지 주오(中央)대학 교수는 로이터에 "국민들은 일본 경제가 가혹한 개혁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25년간 우리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대론자를 피하려면 급진적인 개혁을 하기보다는 서서히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 찬성론자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정부 시절 규제 완화 위원회 위원으로 있었던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도 로이터에 "경제 개혁 이야기는 언제나 등장한다"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 지는 하루 만에 써내려갈 수 있지만 이후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의문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순위 2013'에서 일본은 올해 24위로 작년(20위)보다 네 계단 추락했다. 경제 자유화가 가장 잘된 나라는 싱가포르였으며 홍콩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4위, 한국은 8위로 일본보다 크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