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취임했다. 5년 만의 경제부총리 부활이지만 지난 주말 세종시 관가의 화제는 단연 세제와 예산을 총괄하는 '수퍼 차관'의 탄생에 모아졌다.
사정은 이렇다. 현 부총리는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이후 1차관에게 거시경제 총괄 기능을, 2차관에게 재정 총괄기능을 몰아주는 조직 개편안을 지시했다. 구체적으로 2차관이 맡고 있는 정책조정국을 1차관에게 넘기고, 대신 1차관 휘하의 세제실을 2차관에게 옮겨주자는 구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2차관은 기존의 예산실과 국고국, 공공정책국에 세제실까지 관리감독권을 가진다. 역대 어떤 차관도 국가의 세입과 세출 기능을 함께 관리 감독한 적이 없다. 예산실은 과거 기획예산처라는 독립된 장관급 부처로 운영될 정도로 정부와 공공 부문에 영향력이 막강한 조직이다. 또 세제실은 국세를 관리하는 모든 법을 관리하고 있어 기업과 개인들이 부담하는 수조원의 세금 부담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기재부 실무자들은 두 개의 실(室)을 차관 한 명이 관리 감독하기에는 벅차다는 이유로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현 부총리의 의지가 워낙 강해 결국 지난 2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현 부총리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기재부 조직 개편안이 통과됐다.
세제는 전통적으로 '모피아'로 요약되는 재무부의 고유 영역이었고, 예산은 정부 출범 이래 경제기획원(EPB)의 텃밭이었다. 24일 2차관에 내정된 이석준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장 승진 이후 예산실 경력을 쌓았지만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모피아로 분류된다.
공직자들 사이에선 '수퍼 차관'의 탄생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입과 세출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는 부총리의 구상이 이론적으로는 맞는다"면서도 "2차관이 예산실만 관리하는 지금도 예산 편성 시즌에는 과로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올 정도인데, 세제실까지 관리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그만큼 확실히 (재원을) 챙기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결국 현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을 2차관에게 몰아서 책임을 지우는 구도를 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