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드버그는“요즘 패션지 속 찍어낸 듯 똑같은 모델들을 보면 ‘화성에서 온 괴물’같다”고 했다.

린다 에반젤리스타는 "머리 좀 잘라보지?" 하는 이 남자의 말에 긴 머리를 싹둑 자른 뒤 2시간을 울었다. 밀라 요보비치는 이 남자가 "예뻐, 정말 예뻐!"라고 말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나오미 캠벨은 그를 "우리 오빠"라고 부르고, 신디 크로퍼드는 "그의 사진은 별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듯 빛난다"고 말한다.

피터 린드버그(68). 독일 뒤스부르크 출신의 이 노(老) 사진가를 깃발처럼 세워 놓는다면, 패션 사진은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세계 최고의 패션 사진가'(영국 인디펜던트)로 불렸던 이 인상 좋은 배불뚝이 남자는 "그저 좋은 모델이었던 여성을 최고의 수퍼모델로 바꿔놓는"(미국판 하퍼스 바자) 마법의 카메라를 갖고 있다. 주름살과 잡티를 그대로 드러내는 컨트라스트(contrast·대조) 강한 흑백 사진이 트레이드 마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미국판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그를 1988년 보그로 데려왔다. 1992년 그는 약 670만달러(약 70억원)로 알려진 몸값을 받고 하퍼스 바자로 옮겼다.

피터 린드버그 첫 한국 사진전이 22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서울 청담동 '10 코르소 코모' 특별 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 배우 송혜교의 사진 2점을 포함해 100점이 걸린 전시 제목은 '여인의 초상(Images of women)'. 1997년 낸 그의 사진집 제목과 같다.

여전히 수많은 명품 브랜드의 광고 사진과 패션 사진을 찍는 린드버그는 "1990년대의 모델들은 그전 시대와는 완전히 단절된, 일종의 혁명이었다"라고 했다. "세련된(sophisticated) 모델들이 사라지고 해방된(liberated) 여성들이 자리를 채웠죠. 그들을 강렬한 흑백으로 포착하면, 사진 이전에 그들의 인격이 먼저 보는 이의 가슴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예전엔 6명의 모델과 10년을 작업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6명의 모델을 찍기도 한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전시에 걸린 사진 100점은 대부분 1990년대 그의 '전성기'에 찍은 것들이다.

사진가 피터 린드버그는 말라깽이 모델 린 쾨스터의 팔에서 강한 근육을 찾아내 이 부분을 부각하는 사진을 찍어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절묘한 조화다.

그는 패션산업에서 개성이 사라지는 것에 특히 흥분했다. "요즘 패션지에는 다리를 길게 늘이고 얼굴은 미끈한 여자들만 등장하죠. '화성에서 온 괴물'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는 2009년 소위 '뽀샵(포토샵 작업)' 사진을 거부하며, 소피 마르소, 모니카 벨루치 등 왕년의 톱스타들의 맨얼굴을 프랑스판 '엘르' 커버로 내보냈다.

린드버그는 "사진에서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여성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작가는 모델의 머리를 마구 헝클거나 시뻘건 립스틱을 칠해서라도 그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국의 관람객들에게 "찍어낸 듯 똑같은 패션 잡지 속 요즘 모델들 말고, '진짜'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관람은 무료. (02)547-3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