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뉴스와 저녁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 바쁘던 방송사들은 20일 오후 2시쯤 내부 PC와 노트북이 일제히 먹통이 되고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공황 상태에 빠졌다. 특히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상황에서 국가 기간 방송 역할을 해야 하는 KBS조차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에 아무런 대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의 한 기자는 "2시쯤 모든 노트북과 PC 화면에 빨간색과 파란색이 교차하더니 알 수 없는 영어 자막이 뜨면서 마비됐고, 재부팅하려고 강제로 전원을 껐더니 먹통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KBS는 오후 2시 15분쯤 사내 방송을 통해 모든 PC를 끄라고 통보했고, 이어 외부의 홈페이지 접속도 차단했다. 평소 사내 전산망에서 음원을 내려받아 방송하던 라디오 프로들도 이날 CD를 일일이 찾아 방송해야 했다. 방송 작가들은 대본을 쓰려고 근처 PC방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KBS 내부에서는 "중앙일보와 농협에 대한 사이버 테러 이후에도 대응 지침이 없어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KBS 직원은 "그간 회사 차원에서 사이버 테러 대책을 세우거나 지침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 대비책을 세웠더라면 오늘 같은 패닉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도 비슷한 시각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직원들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MBC 관계자는 "경영·행정 쪽 전산망이 타격을 입었지만, 별도 서버를 이용하는 제작·편집·송출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사내 방송을 통해 문제가 된 모든 PC를 껐다"고 전했다.
YTN도 사내 PC 500여대가 한꺼번에 마비되자 평소 전산망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전화로 처리해야 했다. SBS와 EBS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알려왔습니다]
본지 3월 21일자 A2면 KBS 사이버 테러 대책 기사와 관련해, KBS는 2003년 4월 ‘정보통신보안업무 기본 지침’을 만들어 대비해왔으며, 사이버 테러 당시에도 내부 대응 지침에 따른 신속한 초동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