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세대'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이 19일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이 모임 운영위원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민주당은 계파 정치를 해결하지 않고는 혁신할 수 없다"며 "먼저 486 진보행동부터 해체하겠다"고 했다.

2010년 10월 '새로운 진보'를 표방하며 출범한 진보행동은 현역 국회의원 25명을 비롯, 486 정치인 44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해왔으나 "기존 주류에 편승해 권력 지향 정치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진보행동의 해체는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대거 민주당에 들어온 학생 운동권 출신이 대안 정치 세력으로 성장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고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상호(왼쪽)·김기식 의원 등 민주통합당 486세대 의원들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계파 청산 및 당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486 세력이 지난 10여년간 기존 정치 세력과 타협하면서 스스로 권력화해버렸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우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총선과 대선에서 486 정치인들이 주류의 논리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반성을 했다"며 "당의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학생운동을 했다는 인연만으로 만들어진 모임은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우 의원은 또 "1987년 대선 직후 동료들과 집단 반성을 했는데 25년이 지나 반성문을 다시 써봤다"며 "우리 486은 정권 교체를 이루고 정치 개혁을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국민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은혜 의원은 "'하도급 정치' '계파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 스스로 약속하고 선언한 것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김재윤 의원은 "정치 개혁의 기수가 될 거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기존 정치권력과 협상을 통해 공존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내부 권력 다툼으로 계파 정치만 공고해진 귀족 야당"이라고 했다.

486 정치인들이 한계를 드러낸 것은 각자 당내 정치적 지분을 확장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은 지난 2월 한 토론회에서 "군사 문화와 싸우면서 모방한 운동권 체질의 정복적, 패권적 집단 문화가 민주당에 이식돼…"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2007·2012 대선 및 2008·2012 총선에서 486이 당장의 정권 교체에 집착해 당내 주류 세력과 연합했다"며 "정치 혁신을 항상 후순위로 미루는 바람에 '새 정치'를 안철수 전 교수에게 빼앗겼다"고 말하고 있다.

진보행동의 해체가 오는 5월 4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선 패배 주요인으로 지목받아온 당내 계파주의 청산 흐름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민주당 초선 의원 33명은 최근 "당내 계파를 청산해야 한다"며 계파를 떠나 정치 혁신에 적합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친노 주류 대 비노 비주류 구도로 가면 공멸한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옷 갈아입기 차원의 해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