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m가 넘는 거구의 사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한국의 '국보 센터' 서장훈(39·부산 KT)이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현역 고별전을 치렀다. 그는 은퇴 소감을 이야기하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몇 번이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서장훈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 7269명 관중이 부산사직체육관을 찾았다. 올 시즌 최다였다. 팬들은 서장훈의 슛이 골망을 가를 때마다 한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월드스타' 싸이(36)도 자청해 경기장에 와 기념 자유투를 던졌다. 그는 빙상스타 이규혁(35)과 함께 서장훈의 은퇴 경기를 지켜봤다.

서장훈은 "너무나 부족한 저에게 20년 넘게 과분한 성원과 관심을 보여준 농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그동안 노력했지만 여러분의 큰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치열한 승부를 보여주는 게 프로 선수로서의 의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선수였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이날 32분간 뛰면서 올 시즌 개인 최다인 33점(2리바운드)을 올리면서 팀의 84대79 승리를 이끌었다. 서장훈은 "마지막 경기인 만큼 집중력을 가지고 최대한 담담하게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역대 최고 센터로 통한 한국 농구의 '보물'이었다. 국내 프로농구에선 골밑을 장악한 외국인 선수에게 맞서 국내파의 자존심을 지켰다. 서장훈은 15시즌간 688경기에서 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1만3231점, 5235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프로농구 부산 KT의 서장훈이 1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경기에 앞서 가수 싸이에게 꽃다발을 받는 모습.

농구계 선후배들은 그의 '퇴장'을 하나같이 아쉬워했다. 모비스의 양동근(32)은 "장훈이 형을 보면서 농구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팬들은 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서장훈은 "후배들이 나를 본받는 것을 떠나 스스로 더 노력해서 나보다 좋은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자신을 낮췄다.

서장훈은 당분간 특별한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는 상태"라며 "아무 생각 없이 쉰 뒤에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21일에는 서울 KT 광화문 올레 스퀘어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