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 주석

중국이 시진핑 시대 첫 외교 진용으로 '미국통'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과 '일본통'인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전면 배치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17일 "양제츠·왕이를 '양 날개'로 발탁한 것은 중국 외교의 중심이 미국과 일본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투표로 부총리, 국무위원, 25개 부(部) 장관을 선출했다. 외교부장에서 승진한 양제츠 국무위원은 지난 1977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일가의 방중 때 통역한 것을 계기로 20년 넘게 부시 집안과 인연을 맺고 있다. 주미 대사도 지냈다. '상하이방' 대부인 장쩌민 전 주석이 상하이 출신인 그를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외교부장은 일본 전문가다. 주일 대사(2004~2007년) 시절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얼어붙은 중·일 관계를 녹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6년 10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왕이의 기용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경제·사회 분야에선 '전문성'을 강조한 인선이 눈에 띈다. 경제·행정 개혁을 담당할 부총리에는 왕양 전 광둥성 서기를 선출했다. 왕양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의 핵심이다.

리커창(李克强·사진 가운데) 중국 총리가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후 열린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신임 재정부장에 기용된 러우지웨이는 50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중국투자공사(CIC) 회장을 역임했다. 가오후청 신임 상무부장도 파리 7대학 박사 출신으로 유럽·아프리카 전문가로 꼽힌다. 리빈(여) 신임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주임(장관급)의 경우, 인구계획위원회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인민은행장에 유임된 저우샤오촨은 올해 65세로 퇴임이 예상됐다. 그러나 금융 경험이 없는 장가오리 재정·금융담당 부총리를 보좌하기 위해 10년 넘게 중앙은행장 자리를 지키게 됐다.

신임 국방부장인 창완취안은 유인우주선 프로그램 총책임자로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를 주도해왔다. 민족 정책을 담당할 왕정웨이 신임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은 소수 민족인 '회족' 출신이다.

정파 간 안배도 시진핑·리커창 체제 첫 조각의 특징으로 꼽힌다. 거시 경제를 조정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에 오른 쉬샤오스는 원자바오 전 총리의 '30년 측근'이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8년간 '하방'(下放·농촌으로 내려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선족과 친분이 두텁다. 이번 국무원 멤버 12명이 문화혁명기에 '하방' 경험이 있다.

중국은 이번 조각에서 각 부(部) 장관 25명 중 16명을 유임했다. 국무원(내각) 구성원의 평균 연령은 60.21세다. 국무원 멤버 33명 중 13명은 박사 학위 소지자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내각은 후진타오 전 주석 중심의 4세대와 시진핑 현 주석 중심의 5세대가 섞인 4.5세대 성격"이라며 "안정과 정파 간 타협을 중시한 '과도기 체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폐막 연설에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면 중국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7.5%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