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알겠다. 귀인(貴人)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가진 사람이다. 행복은 다른 게 아니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는 생활이다.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으면 '힐링' 아니겠는가!
강릉 선교장(船橋莊)의 큰 사랑채 편액이 바로 열화당(悅話堂)이고, 보성 강골마을의 대숲에 있는 정자 이름이 열화정(悅話亭)이다. 기쁘게 이야기를 하는 집과 정자라는 뜻이다. 선교장은 관동지방의 제일가는 만석군 부잣집이었다. 온갖 사치(?)는 마음만 먹으면 모두 해볼 수 있는 저택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풍광인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풍류객의 집합처이기도 하였다. 유럽도 귀족의 사치에서 문화가 나왔듯이 선교장도 조선 상류층 집안의 고급문화와 풍류는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열화당'으로 귀결되었다. 최고의 풍류와 사치는 '즐겁게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결국 인간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거 알기도 쉽지 않다.
나는 '열화(悅話)'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다는 것을 50대에 들어와서야 알았고 이야기(이바구)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남녀 간의 궁합도 최고의 궁합은 상단전(上丹田)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상단전의 궁합은 바로 이야기가 서로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이 상단전 궁합 맞는 사람끼리 '이바구 클럽'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궁이에 장작으로 불을 때서 구들장이 뜨근뜨근한 황토집에 모인다. 맛 좋은 차나 맥주도 준비해 놓고 이야기하다 목마르면 한 잔씩 마신다. 그러다가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 싶으면 일행 중에 한 명이 악기를 연주한다. 중년들에게 맞는 악기는 기타, 대금, 색소폰이 좋다. 눈을 감고 침묵 속에서 악기 연주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향기로워진다. 오래 방 안에 앉아 있으면 따분해지니까 집 뒤의 산책길을 1시간 정도 다 같이 산책한다. 그러고 나서 근처 가까운 맛집으로 간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이바구 클럽을 만들어서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