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교육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우리나라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의 감정을 읽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 고교생의 자살 사건으로 학교 폭력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과 관련, 문용린(文龍鱗·65) 서울교육감은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교사가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행복 출석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복 출석부는 문 교육감이 서울대 교수 시절인 1998년 개발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미리 '우울하다', '걱정이 많다', '슬프다', '희망차다', '야릇하다', '만족스럽다' 등 감정을 표현하는 말 리스트를 나눠주고, 아침에 교사가 출석을 부르면 자기감정을 함께 대답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사가 '김영철'이라고 이름을 부르고 영철이가 '네. 8번(우울하다)입니다'라고 답하면, 교사가 그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고민을 듣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왕따 같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을 미리 발견해 대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 교육감은 또 당장 다음 주부터 직접 중학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문 교육감은 교육감 취임 전 6년간 학교 폭력 피해자 상담과 예방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래서 교육계 수장과 원로를 통틀어 학교 폭력의 실상(實狀)을 가장 잘 알고 고민해온 교육자로 꼽힌다.

문 교육감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학교 폭력은 기본적으로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히든 월드'(hidden world·숨겨진 세계)"라고 했다.

"누군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주체 3명은 친구, 부모, 교사예요. 그런데 친구는 친할수록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말문을 닫죠. 피해 아이도 사춘기 특성상 내가 맞아 죽더라도 부모나 교사에게 말하지 않습니다. 배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부모는 자식이 '부딪혀서 멍이 들었다'고 하면 나쁜 일을 상상하기보다 무의식적으로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심리가 있죠. 교사도 애들 하나하나 눈 맞대고 파악하지 않으니 애가 말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죠. 이게 바로 학교 폭력의 메커니즘이에요."

문 교육감은 "일진(학교 폭력 조직)이 많다고 경찰만 투입해서는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가 아이들의 심리·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피해 학생이 처한 상황이) 겉으로 드러날 수 있게 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행복 출석부'라는 것이다. 문 교육감은 "이렇게 매일 행복 출석부를 부르면 교사가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상담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또 "피해자와 친구, 교사들의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게 '학부모 피켓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했다. 등하굣길에 학부모들이 '(피해자에게) 너는 친구에게 맞아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범죄를 당하고 있는 거야' '(방관자에게) 친구가 맞고 있다. 너는 정의감도 없느냐'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감정에 호소하면 피해자나 친구들도 신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행복 출석부

교사가 출석을 부를 때 학생의 감정을 파악하는 제도로 국내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미리 '질투가 난다' '원망스럽다' '창피하다' '기대감이 크다' 등 현재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 리스트를 나눠주고, 교사가 출석을 부르면 학생이 이 가운데 하나를 대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