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수비수가 그를 에워싸고, 골키퍼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이 시대의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26·바르셀로나)가 예측불허로 한 박자 빠르게 쏘아대는 슈팅은 열추적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골네트를 흔들었다.
메시는 13일(한국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AC밀란(이탈리아)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바르셀로나의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바르셀로나는 다비드 비야와 호르디 알바의 후반 추가 골로 4대0 대승을 거두며 1·2차전 합계 4대2로 8강에 올랐다.
메시의 진가를 확인하는 데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5분 사비의 패스를 아크 서클에서 받은 메시는 수비수 5명에 둘러싸였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의 공 터치 후 골문에서 약 16.4m 떨어진 지점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슈팅으로 골문 왼쪽 상단을 갈랐다. 전반 39분에는 골문으로부터 약 18.2m 앞에서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아 다시 왼발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때도 세 명의 수비진이 메시 앞을 버티고 있었지만 낮게 깔린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메시가 슈팅하는 공의 평균 속도는 95km 안팎이다. 아주 강한 슈팅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날리는 슈팅의 평균 속도는 105km다.
하지만 메시에게는 좀처럼 흉내내기 힘든 장점이 있다. 슈팅 타이밍이 빠른 데다 드리블을 하려는 건지 슈팅을 하려는 건지 예측하기 힘들다.
메시가 이날 득점한 두 개의 장면을 보면 다른 선수들이 차는 페널티킥 이상으로 정확했다. 골문 11m 지점에서 차는 페널티킥은 골문까지 도달하는 데 0.4초가 걸린다. 골키퍼의 반응 시간은 0.6초. 이날 메시가 득점을 성공한 위치에서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0.7초 안팎이었다. 골키퍼가 미리 대비할 수 있다면 산술적으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한국의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의 경기에서 메시에게 두 골을 허용한 적이 있다. 정성룡은 "공이 강한 것도 아닌데 슈팅 템포가 워낙 빨라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도 "슈팅 타이밍이 일반 선수보다 한두 박자 빠르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고 분석했다.
현란한 드리블 도중 순식간에 슈팅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도 메시의 슈팅을 막아내기 어렵게 한다.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전남)는 "메시의 드리블은 엇박자라 지켜보는 골키퍼로선 리듬을 맞추기가 어렵다"며 "그러다 패스하듯 툭 슈팅을 날리기 때문에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NHK의 분석에 따르면 드리블을 할 때 메시와 공의 간격은 짧으면 15㎝, 보통은 30~40㎝에 지나지 않는다. 공의 방향을 전환하는 각도도 일반 선수들(25~30도)과 달리 45도에 이른다. 방향 전환에 능한 만큼 드리블에서 슈팅으로 연결하는 동작도 빠르다. 송종국 TV조선 해설위원은 "메시는 발목이 유연해 슈팅할 때 짧고 강하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메시는 이날 득점으로 '이탈리아 징크스'도 극복했다. 메시는 데뷔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과의 11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만 3골을 기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