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人事)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전문성과 능력을 공기업 인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념적 성향(性向)을 따지는 '코드 인사' 논란을, 이명박 정부는 학교와 지역을 둘러싼 편중 인사 시비를 정권이 끝날 때까지 달고 다녔다. '낙하산 사장'들은 하나같이 낙하산이라는 자신의 약점을 얼버무리려고 노조와 야합(野合)해 회사를 멍들게 하고 국민 세금을 축냈다.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공공기관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강조하고, 대선 때 기여한 인사에 대한 '보은(報恩) 인사'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역대 정부마다 '사장추천위원회'란 위장(僞裝) 간판을 세워놓고 자기 사람을 낙하산에 매달아 투입하면서 '전문성이 있고 능력도 있다'는 엉터리 판정을 해왔다. 국민은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매번 속아 왔기에 박 정부의 전문성과 능력 우선 원칙에도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불신을 덜어내려면 대표적인 공기업 인사를 통해 능력과 전문성의 원칙이 확실히 지켜졌다는 국민의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할 일은 학연·지연·혈연·선거 보은 인사로 거대 공기업의 회장·이사장 자리를 연임까지 하고 있는 인사들이 자진해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동안 자기 뜻으로 진퇴를 결정하지 못해 타의(他意)로 옷을 벗어야 했던 과거의 일을 훤히 알고 있을 법한 일부 공기업 수뇌가 아직도 미적미적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공공기관 가운데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실천하는 중요한 기관도 있지만 경영 효율성을 시급히 높여야 할 곳도 있다. 이런 곳에 국정 철학을 앞세워 능력과 전문성이 모자라는 사람을 앉히는 것은 정부의 신뢰성만 떨어뜨린다.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 언급으로 친박(親朴) 진영 내 일부 인사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마음 설렐수록 공기업 인사를 지켜보는 국민은 '이번에도 역시나가 되나'하고 불안해할 것이다. 국민은 이 정부의 '국정 철학 인사 원칙'이 얼마나 철학 있는 인사인지 머지않아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