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새벽 3시(한국 시각)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나타났다. 서울에서와 비슷한 감색 정장 차림으로, 늘 갖고 다니는 검정 배낭을 멨다. 출국 전보다 얼굴에 약간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

안 전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숙고의 시간을 보냈다. 책 읽고 생각하고 많이 걸었다"고 했다. 영화 본 얘기도 했다.

안 전 교수는 기내에서도 서류를 보며 기자회견 문구를 다듬었다. 82일 만의 귀국길에 긴장한 탓인지 거의 잠도 자지 않았다고 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영화 '링컨'의 원작인 '팀 오브 라이벌스' 등을 꺼내 읽기도 했다고 한다.

1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한 지지자가 끌어안고 있다.

안 전 교수는 비행 중 기자들 자리로 찾아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안 전 교수는 웃는 얼굴로 "(미국에 있는 동안) 칩거하지 않았다. 숨어 다니지 않았다.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하며 "많이 돌아다녔는데 (기자들이) 못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지인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안 전 교수는 "코스트코(costco·대형할인점) 같은 데도 자주 가고 스탠퍼드대 뒷산을 자주 걸었다"고 했다. 또 "와이파이(wifi)가 잘 터져서" 도서관도 많이 다녔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송호창 의원과 김성식 전 의원이 비행기 연결 게이트까지 마중 나왔고, 입국 기자회견장에는 강인철·금태섭 변호사, 유민영 전 대변인 등 대선 캠프 관계자 50여명과 지지자 200여명이 몰렸다. 안 전 교수의 팬클럽과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양보하지 마세요" "사랑합니다" "정치 메시아" 등을 외쳤다.

안 전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웃는 얼굴로 "안녕하십니까" 하고 시작했으나, 정치 문제로 들어가면서 얼굴이 결연해졌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의 부족함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 낮은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교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돌며 지지자들과 악수한 뒤 노원구에 새로 마련한 집으로 갔다. 그는 "(노원) 주민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사를 했다"고 했다. 수락산 인근에 전셋집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