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두 시간에 걸친 긴급 회동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장기 표류하는 현 상태를 그냥 내버려둘 순 없다는 데 의견을 접근시켰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의견 접근이 각 당의 강경파들에게 수용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현 상태 두고 볼 수 없다" 공감
황 대표와 문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런 상황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문 비대위원장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원안 대로 처리하되 야당이 요구하는 '방송의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논의한 '방송 공정성 확보장치' 중에는 특별법을 제정해 방송이 정치권력에 의해 휘둘리는 상황을 막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정부조직개편 원안 통과 조건으로 내건 3대 조건을 조정하는 문제도 협의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KBS 사장 인선에 여당이 추천권을 갖되 야당에는 거부권을 부여토록 해줄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 사람 간의 회동이 꼬일 대로 꼬인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의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새누리당의 협상 창구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워낙 강경한 입장이라 거기서부터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반응도 관건이다.
문 비대위원장도 국회 문방위에 포진해 있는 당내 강경파를 설득해야 한다. 또 민주당 바깥에는 언론 관련 시민단체와 노조 등 강경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여야 관계자들은 "황 대표와 문 위원장이 워낙 답답하니까 상황을 풀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두 사람의 리더십이 약해 양측을 끌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지도력 부재'라고 몰리던 두 사람
이번 회동은 두 사람이 당 안팎에서 "지도력이 없다"는 비판에 몰리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황 대표는 "원내대표에게만 맡기고 팔짱 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협상이 꼬이니까 더 이상 나서지 않고 뒤로 피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 측은 "원내협상은 각 당의 원내대표가 총괄하는 것이어서 앞에 나서지 않지만 뒤에서 돕고 있다"고 했지만, 당내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엔 황 대표가 작년 원내대표 시절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불만까지 제기되면서 황 대표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있었다. 정몽준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가 총사퇴한다는 각오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로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당내 온건파 의원들은 "절충을 해도 풀릴까 말까인데, 원안만 고집해서 협상이 되겠느냐"고 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8일 "정부 조직 개편안 합의를 못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내 거취에 대해 중대 결심을 할 것이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하겠느냐"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는 협상을 조기 타결하지 못할 경우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역시 당 안팎의 거센 책임론을 의식한 것이었다. 민주당 밖에선 "당 지도부가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고, 당내에선 "당 지도부가 전략 부재로 협상에서 끌려가고 있다"는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일부 강경파 의원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으로선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