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2·퀸스파크 레인저스·사진)은 올 시즌 유독 부침(浮沈)이 심했다.

그는 작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아시아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주장이 됐다. 마크 휴즈 감독의 신뢰 속에 개막 후 10경기(리그컵 포함) 연속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박지성은 이후 왼쪽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고, 팀 사령탑은 해리 레드냅으로 바뀌었다. 레드냅 체제에서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클린트 힐(잉글랜드)에게 넘겨줘야 했다. 박지성 등 고액 연봉자를 두고 "몸값 못 하는 선수가 많다"고 직격탄을 날린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을 자주 벤치에 앉혔다.

측면 공격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는 등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박지성은 지난달 27일엔 리저브(2군) 경기에 출전하는 수모를 당했다. 레드냅의 구상에서 박지성이 완전히 지워진 것처럼 보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만에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3일 사우스햄턴과 치른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 박지성은 주 포지션인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특유의 활동량으로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은 과감한 측면 돌파로 제이 보스로이드의 결승골을 도왔다. 시즌 세 번째 도움을 기록한 박지성의 활약에 힘입어 QPR은 2대1로 승리하며 시즌 3승(11무14패)째를 거뒀다. 레드냅 감독의 아들이자 축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제이미 레드냅은 "박지성이 맨유를 떠난 뒤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했다.

박지성의 QPR은 9일 밤 12시(이하 한국 시각) 선덜랜드와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를 치른다. 프리미어리그는 18~20위 세 팀이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되는데 현재 17위 위건(승점 24점)과 18위 애스턴 빌라(24점), 19위 레딩(23점), 20위 QPR(20점)이 살얼음판을 걷는 잔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은 10경기를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치러야 하는 레드냅 입장에서는 그동안 월드컵 본선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과 같은 큰 무대에 수없이 선 박지성의 경험을 간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지성이 이번 선덜랜드전에서도 맹활약한다면 남은 경기 강등권 탈출의 선봉에 설 수 있다.